도어ㅡ서보 모그더
그리스인 조르바의 반대편에서 당당히 빛나는 여성.
이 한 문장에 매료되어 읽게 된 소설이며 읽은 후의 감상을 한 문장으로 나는 이렇게 표현하고자 한다.
"<사탄 탱고>는 헝가리 저항 문학의 묘미로 2025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면 <도어>는 인간 심리의 내면을 섬세하고도 몸서리쳐지게 표현해 낸 최고의 걸작으로 감히 노벨 문학상감이라 말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1차 대전과 2차 대전을 겪으면서 노년에 이른 헝가리 여성의 내면은 철문처럼 닫혔는데 이 문을 열어보는 것이 관건이며 그가 겪은 불행은 인간의 상상력을 뛰어넘는 것이었고, 그녀는 강인한 생명주의자이고 열정적인 헌신자이기도 하며 한없는 존경과 연민을 동시에 불러일으키는 여성이라 말할 수 있다고 표현한다.
내가 아는 그녀 에메렌츠는 성자다.
항상 베일을 쓰고 있는 그녀, 그녀는 분명 장미꽃은 아니지만 머릿수건과 늘 한 몸인 양 덮고 있다. 전업 작가인 나는 집청소를 해 줄 도우미가 필요해서 나이 지긋한 그녀 에메렌츠를 고용했다. 그녀는 지나치게 깔끔하고 청소 시간도 자신이 정하며 받을 급료도 자신이 정한다. 고양이를 기르고 있고 자신의 닫힌 문을 자기가 나오고 싶을 때만 열고 나온다. 독특하다.
에메렌츠는 닫힌 문을 열고 나오지 않고 벽 사이로 누구도 들여놓지 않으며 자기가 나오고 싶을 때만 나온다. 무엇이든 자기가 결정한다. 그녀는 나의 집안일에도 관심 없는 듯하고 나의 남편이 6시간 수술을 해도 관심 없다. 그래서 나도 이방인처럼 그녀를 닫아버렸다.
그러나 나는 서로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다. 내가 돌아서려 할 때 그녀는 나의 마음을 건드렸고 나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했을 때, 나는 왈칵 눈물을 쏟을 뻔했다. 그리고 나의 이름을 불렀다. 처음 들어보는 나의 이름, 깊은 저음이지만 공격적이지 않는 목소리로 나의 이름을 불렀고 전기와도 같은 비밀스러운 떨림을 느꼈고 그리고 이도 없는 잇몸으로 내 손가락을 물고 그 희열과 끝 간 데 없는 행복감에 젖어 아픈 그녀를 나는 바라보고 있었다.
나와 그녀의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몸서리쳐지는 순간은 정녕 많지 않다고 느껴지는데 지금 이 순간이 그렇다고 느낀다. 화산처럼 폭발하듯 뒤섞이는 화해와 용서의 감정을, 소름과 환희의 감정을.
나는 그녀를 좋아했지만 그녀는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고 여겼고 우리 부부가 건강하지 못할 때 가장 화목했을 정도로 그녀는 불편한 사람, 불쌍한 사람을 도울 줄 알았다. 그녀가 아파 병원에 있을 때 그녀의 집을 청소하면서 나는 그녀에게 세심한 감정을 갖게 되었다.
내가 느꼈을 그녀와의 추억, 가장 밑바닥까지 보았던 삶의 투쟁에 대한 숙연함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그녀는 성자가 확실하다. 마을의 아픈 사람들을 돌보며 먹을 것을 해다 먹이며 온갖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녀는 아픈 어린 시절의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
이 소설은 작가 자신의 힘겨운 고백이며 에메렌츠를 통해 인생의 깊이를 알아가는 소설이며 돌이킬 수 없는 선택에 대한 형벌 같은 회한의 기록이라 말한다.
거의 꿈을 꾸지 않는 화자인 나가 나이가 들면서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환영 같은 꿈을 꾸는데 철망으로 엮이고 깨뜨려지지 않는 유리창이 달린 쇠틀의 대문, 안쪽에서 열려고 하는데 열리지 않는 에메렌츠의 문. 닫힌 문, 자물쇠는 있지만 꿈쩍도 하지 않고 아무도 그 문을 열기 위해 도와주는 사람도 없다. 그 어떤 누군가 열려고 해도 열리지 않는, 오직 에메렌츠만이 그 문을 열고 나올 수 있는 문, <도어>.
그녀가 왜 타인의 의지가 아닌 자기 스스로 문을 열고 나오려 했을까? 읽어보시면 확실한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심리 묘사의 대역작이며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이해하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는 무엇일까.
서로 고통을 나눠갖는 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일까.
두 인물의 20년을 그 무엇이 대신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에 접근해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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