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베푼 잎싹의 아름다운 삶

<마당을 나온 암탉> ㅡ황선미

by 어린왕자



알만 낳다가 버려지는 암탉, 잎싹은 스스로 낳은 알을 품고 키우며 자유롭게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갇힌 닭장이 아니라 마당으로 나가야 했다.

갇힌 닭장 안에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알만 낳는 난용종 암탉인 잎싹은 자신이 낳은 알을 품을 새도 없이 빼앗기고 만다. 닭장 안에서는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도 없고 밖으로 나갈 수도 없다. 잎싹은 마당에 사는 암탉이 병아리를 까서 데리고 다니는 것을 본 후 하나의 소망을 가졌다. 철창 밖으로 나가리라, 단 한 번만이라도 알을 품어보리라, 그래서 병아리의 탄생을 보고 싶은 갈망이 생겼다.


내가 사는 세계에서 다른 사람이 사는 세상을 보지 않으면 욕망이 생길 수 없다. 다른 세상을 보지 않으면 내가 사는 세상이 전부이며 내가 사는 세상이 제일 안전하며 내가 사는 세상이 최고라고 여길 수밖에 없다.

잎싹은 병아리를 데리고 마당을 거니는 암탉을 보지 않았다면 자유를 갈망하지 않았을 것이다. 제일 안전하고 편하다고 여겼을지도 몰랐던 닭장 속에서 잎싹은 자신을 닮은 암탉을 본 이후로 자신이 있는 곳에서는 자유도 희망도 없음을 알게 된 것이다.

며칠을 굶으면서 알을 낳을 수 없게 된 잎싹은 폐기처리 될 위기에 놓여 구사일생 닭장 밖으로 나와 마당으로 나가게 되지만 기존의 마당 식구들에게 온갖 구박을 당하고 만다. 자신을 싫어하리란 걸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잎싹은 두렵고 무서우며 마당 식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천덕꾸러기가 되고 만다.


위험하고 무섭고 두려울 때 잎싹에게 친구가 되어 준 청둥오리. 청둥오리는 무서운 족제비를 피해 알을 낳았지만 알을 지키기란 쉽지 않다. 어느 날 찔레 덤불 속에서 청둥오리의 알을 발견하고 품어 주는 잎싹. 자신의 알을 품어 준 잎싹에게 청둥오리는 고마움을 느꼈고 사랑을 느꼈을 것이리라.


잎싹은 자신이 품은 알을 지키며 진심으로 아끼고 돌봐준다. 족제비는 언제나 잎싹에게 두려움의 존재이지만 초록머리를 지키기 위해선 어떤 두려움도 감내할 용기를 가진다. 그러나 초록머리는 잎싹이 자신과 다른 무리라는 걸 안다. 자신과 닮은 오리들과 어울리고 싶어 하는 걸 느낀 잎싹은 초록머리가 잘 날도록 밤새 부리로 끈을 쪼아 끊어준다. 그리고 용기를 보낸다. 너는 훌륭한 파수꾼이야.


족제비가 초록머리를 노리는 걸 눈치챈 잎싹은 족제비의 시선을 돌리기 위해 족제비 새끼들을 위협한다. 그러나 더 이상 도망갈 힘이 부족했던 잎싹은 자신이 꿈꾸어왔던 자유와 비상을 생각하며 초록머리를 위해 기꺼이 족제비의 먹이가 된다.

잎싹은 날고 싶었다. 그 꿈이 있었기에 초록머리도 품어 두었고 초록머리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랑의 위대함도 보여주었다. 꿈을 꾸고 나아가는, 자유를 향해 두려움을 극복하고 사랑을 베푼 잎싹의 삶은 아름다웠다.


#마당을나온암탉 #황선미 #사계절 #좋은책은아직도읽힌다

이전 24화내가 아는 가장 멋진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