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랄 맞음도 쌓이면 축제가 된다ㅡ조승리
어둠을 훑고 빛을 찾아가는 사람들.
비록 궤도에서 벗어난 이탈자라 명명하면서도 결코 떳떳하게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는 사람들.
불치병을 안고 태어난 사람은 아니지만 다섯 살 때 안과 검진을 받고 지금의 병을 선고받은 날, 그 후로 20년이 넘는 시간을 살면서 자신 안에 살아 있는 별과 불꽃들을 만나고 사그라들지 않고 여전히 아름답고 생생하게 잘 살아가고 있는 여자, 조승리.
어느 부모가 자식의 장애를 당당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온갖 눈에 좋은 건 다 해 보았고 미신이라도 행여 자식에게 도움이 된다 싶으면 가릴 것 없이 다 해 본 부모이리라. 그러다 종내는 자식까지 죽일 수 있다는 생각에 받아들이기로 하지 않았을까.
ㅡ학교 다닐 때 그녀는 장래희망에 '경리'를 적어냈단다. 빨리 어른이 되어 돈도 벌어 자신 때문에 팔려간 소를 되찾아주고 싶었고 엄마에게 땅도 사 주고 싶었던 그녀의 꿈. 그녀의 꿈을 보고 너는 꿈이 없냐고 되묻던 선생님께 말한다. 꿈이 있었기에 그리 적어냈다고.ㅡ본문
시각장애인인 그녀는 생존의 의무로 마사지사를 택해야 했다. 서서히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면서 더 이상 돈벌이 수단으로만 생각하지 않고 자부심을 가지며 일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그녀다.
장애는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느닷없이 튀어나와 억울함을 삼키게 만든다. 돈도 있고 시간도 있는데 여행을 하자면 그들에겐 비장애인이 꼭 필요하다는 것. 그런 것들이 오히려 장애가 될 수도 있다. 충분히 그들도 떠날 수 있고 즐길 수 있고 다닐 수 있는데 옆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연민과 동정이라는 단어들이다. 그들은 외친다. 행복은 바라는 대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노력과 의지로 맺는 열매 같은 것이라고.
그렇게 그들이 여행을 한 것에 나는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그녀는 말한다.
"진정한 여행은 남이 한 여행의 기록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나만의 길에서 나만의 추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라고.
그녀의 조부는 그녀가 장애를 갖자 다시는 보지 않는다고 했다. 혈육이어도 장애가 동네 사람들에게 부끄러웠던 것이기에, 다른 아이들처럼 아무 탈없이 자라길 바라던 부모의 마음이었기에 그렇게 왕래가 없다가 조부가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듣고 고향집을 찾는다.
"인간의 귀소본능이란 태어난 장소로 돌아가려는 것이 아니라 결국 사람에게 돌아가고 싶어 하는 그리움이란 것"을 깨닫는 순간이라 말한다. 죽은 자를 위한 연민은 산 자가 짊어지고 가야 하는 공허함이라고.
슬프고도 아프지만 유쾌한 책이다. 장애를 당당히 받아들이면서도 누구보다 활기차고 멋진 삶을 사는 그녀다.
기운 나는 에세이다.
지랄 맞다고 생각하는 삶도 쌓이면 그렇게 축제가 되는 것이다.
#이지랄맞음이쌓여축제가되겠지 #조승리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