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너도 잘 난 건 아닌데
상대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끼어들기는 예사다
얘기 중간에
나도 그런 적 있다며
장황하게 자기 얘기를 한다
오히려 상대의 이야기가 주인공이 되고 만다
주객전도다
끼어든 상대의 이야기는 장황하다
짧게 끝내야 하는데
오히려 먼저 말한 내가 멈칫거려진다
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그게 아니고
그게 아니라 하는 것은
그건 내 말이 잘못되었다는 얘기다
틀렸다는 얘기다
내 말이 끝나고 나서
이렇게 해석될 수도 있다 해야 하는데
말 중간에 자르고 들어오면
내 말은 그야말로 다른 이야기에 묻혀버리거나
쓸모없는 얘기가 되어버린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뭘까 잊어버리고 만다
그게 아니라는 말은 일상어가 된다
그럴 땐 전의상실이다
어제 친구와 만나 얘기를 하는 도중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라 하면서 자기 얘기를 들어보라 하기에 내가 먼저 말했잖아, 내가 말하고 있잖아 하면서 인상을 쓰고 말았다. 옆 친구도 내 반응에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무념무상인 채로 고개를 정지하고 있었다. 두 상대에게 어찌 대응을 해야 하나 눈치를 보는 것이었다. 말 자른 친구가 무안했는지 나보고 계속 이야기를 이어가라고 말하지만 정작 나는 이야기를 쉽게 이어갈 수가 없었다. 두서도 없어지고 핵심도 비켜가고 말을 하는 도중에도 주위의 공기를 신경 쓰느라 냉랭한 분위기가 되고 말았다. 그러다 이내 자연스러운 분위기로 이어갔지만 순간 나는 그녀의 말 자르기에 기분이 꽤 나빴던 것만은 사실이다. 평소 그녀의 말참견에 신경을 쓰고 있었던 터였기에 그만 터지고 만 것일까. 아무튼 부드럽게 그러지 마라고 조언할 수도 있었는데 분위기 싸하게 만든 상황이 부끄러움으로 다가왔다.
나도 그런 적 있음을 인정한다. 친한 사람들 사이에서 예사라 할 수 있지만 나도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할 만큼 끼어들지 않았나 돌아보게 된다.
피차일반이라 말하며 위안을 삼을 일은 아니지만 친한 사이일수록 잘 들어주는 경청의 자세가 반드시 필요한 것만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