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텃밭에 살포시 내려앉은 아름드리 꽃이면 좋겠다.
봄이 서서히 다가오는데 아직 텃밭의 봄은 멀다.
메말라버린 땅끝에 얼어버린 잎사귀, 담장을 넘어가다 걸려버린 말라비틀어진 호박넝쿨이 안간힘으로 버티며 그대로 얼어붙었다.
따스한 입김이 필요하다. 봄꽃이면 좋겠다.
어떤 이는 봄이 더디 왔으면 한다. 아직 게으름을 피워도 좋을 계절이다.
부지런해지는 봄이 나는 더디 오는 것보다 좀 더 빨리 오면 좋겠다. 뛰어오는 것보다 천천히 걸어오면 더 좋겠다.
마음은 이미 봄을 맞고 있다. 기쁠 일이다.
오래 있어야 보인다.
메마른 땅도 나름의 비움의 시간이 필요할 터.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기며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기다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