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어도 되나요,

당신의 마음을

by 어린왕자

진주앵두




아버지가 제일 좋아하셨던 노래다. 술 한 잔 거나하게 잡수시면 저절로 그 '터진 입' 사이로 튀어나오던 <앵두>를 엄마는 젤 싫다며 고개를 흔드셨다. 왜인지 나는 모른다.


우리 집에는 손님들이 많았다. 누룩을 퍼다 넓디넓은 고무 다라이에 풀어 물과 섞어 막걸리를 만들면 온 동네 냄새가 풍겼고 하나둘 사람들은 그 냄새를 좇아 우리 집으로 모여들었다.


어떻게 막걸리가 만들어지는 모를 일이다.


막걸리 한 사발을 앞에 두고 찌그러진 양은 쟁반에 다리 하나 비실거려도 젓가락으로 쿵짝쿵짝 노랫가락 울리면 그것이 장단이 되었고 그것이 안주가 되었다.


사기를 당한 것도 아닐진대

믿었던 친구한테 배신을 당하셨나

어찌 됐건 아버지가 그 노래를 좋아하는 이유를 알 리 없으나 돌아가셨을 때의 아버지의 나이가 된 지금의 나는 흥얼거리며 홍조 띤 아버지의 모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하나 풀렸다고 우리를 꼬나보며 술상을 걷으라시던 엄마의 무언의 입꼬리가 왜 그리 간절했던지.


우리 집에 앵두나무는 없었지만 문득문득 아무 이유 없이 아버지가 떠오르고 술냄새 풍기며 눈 지그시 감아 손목을 부여잡던 그 손길을 냅다 뿌리치던 엄마의 야멸찬 모습이 함께 웃음으로 번진다.


"믿어도 되나요 당신의 마음을~~"


앵두꽃



토요일 연재
이전 02화오래되고 평범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