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되고 평범한 것

그것으로 족하다

by 어린왕자


연둣빛 상큼한 공원 길을 걷다 보면 한창 꽃이 핀 클로버를 볼 수 있다. 가지도 싱그럽게 자라 있다. 계절의 옷을 갈아입느라 풀베기할 때 베어진 것 사이로 조그마한 꽃잎들이 고개 내밀고 앉았다. 클로버에도 유독 눈길이 간다. 그러다 행복을 찾으려 행운을 짓밟는 실수를 여러 번 한다.


가까이 서서 바라만 봐도 좋은 행운을 굳이 행복의 네잎클로버를 찾으려 무수히 짓밟고 말았던 기억.



아파하는 연둣빛 사이로 다섯 잎클로버가 반기며 섰다. 알은체 하다가 예쁘다 감탄하다가 사진만 찍고 그대로 둔다. 다른 많은 이들에게 행운과 행복을 주라고. 살짝 기울어진 꽃잎 하나가 제풀에 지쳐 고개 떨군 모습이 마냥 애처롭게 느껴진다. 저로 인해 또 다른 꽃잎 하나는 봄햇살 맞으며 싱그러움을 자랑한다.


오래되고 평범한 것이 좋다.



오래 보아온 보라 색깔과 다른 붓꽃이다. 하얀색 청초함이 눈길을 끈다. 외로이 하나 우뚝 날갯짓하며 서 있다. 사진을 안 찍을 수 없다. 전문적으로 꽃이름을 알려 주는 사이트에 물어보니 일본붓꽃이란다. 요사이는 토종이름을 가진 꽃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외래종의 꽃들이 봄 여름 가을 구분 없이 길가를 화사하게 꾸며 주는데 굳이 출처를 묻는 이가 드물다.


예쁘면 됐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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