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뚱구리를 아시나요

그땐 아린 맛이었음을

by 어린왕자


배뚱구리를 아시나요

김장 배추에서 조금 뒤로 밀린

그러나 절대로 밀리지 않는

봄동이라고 부르죠


십 리를 걸어 다니면서

배고파하던 어린아이들은

길가 밭에 널브러진 배똥구리를

우리 것 마냥 파먹었죠

뿌리에 달린 흙은 털어내도 털어내도

입안에 서걱서걱 씹혔지요

흙을 뱉어내고 질긴 뿌리털을

성긴 이빨로 훑어내고

아린 껍데기도 댕강 잘라내고

우거적우거적 씹어먹었더랬죠

주인은 그걸 보고도

그저 아무 말하지 않았던 그때

단맛도 모르던

그 배똥구리를 우리는

무슨 맛으로 먹었을까요

배뚱구리를

이제 내가 키워서 먹었습니다

처음엔 이걸 키우려 했던 건

진심코 아니었지만

오히려 배추가 되지 못한

배뚱구리가 참 예쁩니다

흙을 털어내고

밑동을 칼로 자르니

후회가 밀려오네요

이빨로 물어 뿌리를 끊어내 볼 걸

그러기엔 내 나이가 중년을 넘어

이빨이 시원찮아 보입니다

다디단 맛을 지금은 느끼죠

그때는 단맛보다

배를 곯지 않으려

막무가내로 뽑아 먹었던

아린 배뚱구리 맛이었음을요

토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