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의사의 아픔은 환자에게는 좋은 일
마음에도 없는 소리
요즘 무척 힘들게 느껴지는 일들 중 하나가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는 것이다. 예전에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잘했다. 짜증이 나도 괜찮다고 하고, 다들 하기 싫어서 내버려 둔 하기 싫은 일도 그냥 내가 하겠다며 도맡아서 하고, 누가 따지고 들면 그냥 미안하다고 하고 여러 가지로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참 잘했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라고 했지만, 지금 내가 말하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라는 것은 정확하게 표현하면 남을 우선해 줬다고 해야 할까나? 그런 의미로서의 말이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나보다는 남의 기분이나 상황을 우선해서 이야기하는 버릇이 있었다. 남의 눈치를 많이 보기도 했고, 갈등을 빚는 것을 싫어하기도 했고, 내가 편해도 다른 사람이 불편해지면 썩 마음이 편하지 않기도 해서 그러기도 했다.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아무튼 여러 가지 이유로 어떤 상황이든 힘이 들더라도 나보다는 다른 사람을 우선시했다.
웃긴 건, 환자들에게 자주 너 자신을 먼저 챙기라고는 했는데, 정작 나 자신은 나를 안 챙기고 살다가 요즘은 병이 난 거 같다. 이 수준은 병적인데, 심지어 외도를 한 아내에게도 모질게 대하지 못하고 오히려 내가 미안해하기도 한다.
요즘엔 그냥 내가 망가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나를 챙겨주지 않고 살다가 큰 상처를 입고 나니, 나 자신은 껍데기 같다는 생각도 들고, 허무하기도 하고, 정작 이랬음에도 알아주는 사람도 별로 없는 것 같아 한탄스럽기도 하다. 그렇게 내 욕심을 버려가며 적은 용돈에, 친구들이 왜 이렇게 을로 살아가냐며 놀려대도, 열심히 원활하게 유지하려고 했던 내 결혼 생활은, 결국 테니스 동호회에서 만난 남자와 외도를 하는 아내라는 결말을 가지고 온 것을 보면 참으로 허무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아내의 외도 이후로 이전에는 남을 우선시해 줄 때 나름의 기쁜 마음이 있었는데, 지금은 억지로 하고 있는 기분이 든다. 아니, 양보를 하면서도 속에서는 알게 모르게 부글부글 끓는다. 화가 나기도 한다. 이전에는 없었던 일인데, 이게 아내에 외도에 대한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내 본래 성격이 튀어나오고 있는 것인지도 혼란스럽다.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면 어떻게 되는지, 몸소 벼랑 끝까지 와서도 직접 느끼고 있다. 좋은 점이라 한다면 나와 비슷한 처지로 가고 있는 환자를 본다면 좀 적절한 조언이나 공감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는 것일까나?
갑자기 2가지 웃긴 생각이 들었다. 정신과 의사가 겪는 상처는 환자에게는 좋은 일이라는 생각과 가식, 마음에도 없는 소리, 남을 우선시 해주는 것, 거짓말 이 말들의 차이는 뭘까 하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