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맞다! 내가 진료 중이었지』 초판이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었다. 한두 달도 안 되어 인쇄한 책이 다 나갔고, 기분 좋게 재인쇄를 위해 인쇄소에 메일을 보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답장이 오질 않았다. 혹시 스팸함으로 빠졌나, 메일 주소를 잘못 보냈나 싶어 메일함을 열어보니…
...응?
내가, 나한테 메일을 보내두었더라.
그러니까, 인쇄소가 아니라 나에게.
요즘은 실수도 잘 안 한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내가 나였다.
웃기면서도 어딘가 낯익은 이 감정. 그 순간, 문득 아주 오래전 기억 하나가 떠올랐다.
군대 훈련소 시절이었다.
동기들이 가족과 친구들에게서 편지를 받고 눈물짓던 어느 날, 나만 편지가 없었다.
물론 이유는 있었다.
훈련소 간다고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조용히 입소한 건 나였으니까. (알수 없는 쿨병...)
게다가 입소 전날까지 여행을 다녀오는 바람에, 입소하는 날 아침까지도 정신이 없었다. (나름의 변명2...)
처음 며칠은 괜찮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 한구석이 점점 쿡쿡 쑤시기 시작했다.
‘왜 말을 안 했지…’ 하는 자책,
‘말했어도 과연 누가 편지를 써줬을까?’ 하는 의심,
‘다들 내가 없어도 궁금하지도 않나…?’ 하는 서운함까지.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내 이름이 불렸다.
“노현재, 편지!”
다들 내가 얼마나 시무룩해 했는지 알기에 모두가 진심으로, 그리고 열정적으로 축하해주었다.
드디어 나에게도 세상과 연결되는 한 줄기 따뜻한 손길이 닿았구나 싶었다.
심장을 두근거리며 편지를 열었는데...
내가 부모님께 보낸 편지였다.
주소를 엉뚱하게 적어놓는 바람에, 그대로 반송되어 다시 내 손에 돌아온 거였다.
그렇다…
자신에게 메일을 보내고,
자신에게 편지를 부치고,
스스로를 잘 챙기는... 남자...
그게 바로 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