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구나 취향이 있고, 또 나름의 호불호가 있다.
정신과 의사인 나도 예외는 아니다.
사실 정신과 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 뭐든 다 포용할 것 같고, 편견이 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나는 아직 몇 가지 고쳐야 할 편견이나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누군가를 보면 나도 모르게 눈썹이 살짝 올라가고, 속으로 “음, 저건 좀 아닌데…” 하고 생각하는 일이 종종 있다.
그리고… 내가 불편해했던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자기 멋에 취한 사람이었다.
예전엔 그랬다.
스스로를 칭찬하거나, 뿌듯해하는 사람들을 보면 조금 불편했다.
거울 보며 계속 셀카를 찍는다거나, “나 요즘 진짜 잘하고 있지 않아?” 하는 듯한 이야기를 서슴없이 하거나, SNS에 조금은 지나치게 자랑하는 모습들. 그런 장면들을 보면 괜히 마음 한구석이 간질간질해졌다.
‘나 같으면 민망할 것 같은데… 저 사람은 참 당차네.’
지적하거나 드러내진 않았지만, 어쩐지 조금은 나도 모르게 눈을 피하게 되는 종류의 느낌을 받곤 했었다.
그런데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이제 와 고백하자면—
요즘엔 내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조금 그런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
작년 겨울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헬스장이 집 근처라 새벽마다 잠결에 나가곤 한다. 사실 헬스운동은 예전에도 몇 번 시도했지만, 길어야 일주일을 넘기지 못했다. 이번에는 달랐다. 거의 반년 가까이 주 4~5회씩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있다. 근육이 아주 눈에 띄게 붙은 건 아니지만, 지방이 줄어드는 건 확실히 느끼고 있다. 그러다 보니 어느 날 문득, 거울 속의 내가... 조금씩 괜찮아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런 말 해서 미안합니다…)
조금 내 입으로 말하기 창피하지만 그날 이후로는, 나도 모르게 샤워 후 달라진 어깨선을 확인하고, 팔에 힘도 한번 줘본다. 그러다 혼자 피식 웃기도 한다. 예전 같았으면 내가 이런 모습을 하는 것을 상상만 해도 당황하거나 까무러쳤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냥 기분이 좋다. 매일 새벽 일어나 운동을 나가는 그 자체가 스스로에게 뿌듯하고, 괜히 주변 사람들에게 나 이렇게 운동 열심히 하고 있다고 자랑하고 싶고, 조금씩 건강해지는 것 같아 내심 만족스럽다.
그렇게 하루에 한두 번쯤은 내가 좀 멋져 보이고, 새벽부터 운동을 끝낸 나 자신에게 살짝 감동하고,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운동 인증 셀카를 찍었다가 슬그머니 지우고, 그렇게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한다. 별것 아닌 일 같지만, 이 작은 ‘자기에게의 취함’이 은근히 하루를 버티는 힘이 되어준다.
예전엔 자신에게 취한다는 말이 오글거렸는데, 요즘은 그 오글거림 안에 삶을 더 생기 있게 만드는 에너지가 숨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런 모습들이 고될 수 있는 일들을 꾸준히 하도록 해주는 원동력이 되어 주기도 한다.
살다 보면 별것도 아닌 일에 지치고,
열심히 해도 눈에 띄지 않고,
스스로가 한없이 작게 느껴질 때도 많다.
그럴 때, 혼자라도 나를 괜찮다고 여기는 마음이 의외로 꽤 괜찮다.
가뜩이나 퍽퍽한 세상인데, 자기한테 좀 취하면 또 어떤가.
나도 예전엔 나 자신에게 엄격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보면 뜻밖에도 꽤 너그러웠나 보다.
그래서 요즘은,
거리를 걷다가 멋진 척하는 사람을 보아도,
자기 모습에 도취된 듯 운동하는 사람을 보아도,
SNS에 자랑을 올리는 사람을 보아도
예전처럼 눈을 굴리는 대신, 속으로 한마디를 건넨다.
“아따… 밝고 귀엽구먼.”
어쩌면 그 사람도, 나처럼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하루 속에서 그렇게 자기 자신을 응원하고 있는 중일지 모른다. 혼자라도 자기를 북돋우고 있는 그 마음이, 요즘은 왠지 참 예뻐 보인다.
그래서... 썩 뛰어나지 않더라도 조금씩 자기 멋에 취하며 산다는 것,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고 말씀드려 본다.
그게 때로는 지치지 않고 살아가는 힘이 되어줄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나를 포함한 그런 사람들 편을 조금만 더 들어주자면—
이런 사람들... 괜히 미워하시기보단, 파악하기 쉬운 순수함이 있어서… 은근히, 꽤 귀엽다고 말해봅니다. (이런 말 해서 미안합니다 2…)
그래서 내가 내린 최종 결론은 무엇이냐라고 물어보신다면? 가재는 게 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