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말 한마디

by Woodfire

따뜻한 말 한마디



독립출판물을 만들기로 처음 결심했을 때, 설렘도 있었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 무렵의 나는 여러모로 지쳐 있었고, 스스로에게 ‘책을 한 권 만들어보자’는 과제를 던지듯 시작한 일이었다.
그렇게 혼자 만든 책을 세상에 내놓고 나서야 알게 됐다.
책을 만드는 과정만큼이나, 그 이후의 시간들 역시 내게 깊은 배움을 안겨줄 거라는 사실을.



완성된 책이 인쇄소에서 도착하던 날, 책을 손에 들고 있던 나는 여전히 반은 설레고 반은 불안했다.
‘누가 이 글을 읽어줄까?’
‘어느 독립서점에서도 받아주지 않으면 어쩌지?’
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입고 문의를 하고, 서점지기 분들과 메일을 주고받고, 새로운 작업을 제안해 주신 에디터분들을 만나면서 내 마음은 불안해지기보다는 여러 번 뭉클해졌다.
독립출판을 함께 만들어가는 다른 창작자들과의 연결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그 모든 순간이, 책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내게는 큰 경험이었다.



돌아보면 나는 꽤 날이 서 있는 환경에서 오랫동안 일해왔다.
병원이라는 공간은 사람의 건강, 때로는 생명을 다루는 곳이다 보니 어느새 말투도 분위기도 팽팽해지기 쉬웠다.
실수 하나가 누군가의 회복에, 혹은 생명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이었기에, 대화 속에서도 경계와 긴장이 늘 함께했다. “놓친 거 없어?”, “정신 차려라”, “해이해지지 마라” 같은 말들이 일상이었고, “오늘은 좀 한가하네” 같은 말은 농담 반 금기어처럼 느껴지곤 했다.

(물론, 나만 그랬을 수도 있다.)



이런 환경에 익숙해있던 나에게 책을 만들며 만난 분들은 달랐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말 한마디에도 마음을 담는 태도가 자연스러운 걸까.

이메일 한 통, 메시지 한 줄 속에도 따뜻함이 묻어나는 분들이 많았다.

“책 만드는 동안 참 고생 많으셨을 것 같아요.”

“오늘 날씨가 좋네요. 퇴근 후엔 꼭 하늘도 좀 보시길 바라요.”
이런 말들이 자연스럽게 오갔고, 그 대화들은 조용히 내 마음을 덮어주었다.

에디터 분들과의 메일, 다른 창작자들과의 짧은 대화 속에도 말 한마디에 담긴 배려가 느껴졌다.
말 한 줄, 응원의 문장 하나가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내 마음이 먼저 알아차렸다.



돌이켜보면 이전에도 이런 따뜻한 말 한마디에 울컥했던 날이 있었다.
대학병원에서 혼자 애쓰던 날, 아무도 내가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 모를 것 같던 밤.
“고생 많으셨어요”라는 말 한마디를 건네받았던 그 순간,
누군가 내 마음을 알아봐 준 것 같아 눈물이 핑 돌았던 기억이 있다.

이처럼 우리가 서로에게 건네는 말은 그렇게, 아주 작은 숨결처럼 스며들어 어느 순간 마음 전체를 감싸곤 한다.



처음엔 조금 어색했다. 날씨 이야기를 나누고, 좋았던 순간을 공유하고, 상대의 하루가 평안하길 바라는 말들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다정한 말들이 내 안의 경계심과 불안을 하나씩 풀어주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말이 괜한 옛말이 아니었다.
나도 이제는, 일상 속에서 따뜻한 말을 자연스럽게 건넬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 노력하고 있다.
그래서 요즘은 메일 하나, 메시지 한 줄도 천천히, 조심스럽게 쓴다.
솔직히 아직도 조금은 내게는 어색하다.
그래도 괜찮다.

당직근무로 지쳐 있던 대학병원 시절의 나를 위로해 주었던 그 말 한마디처럼,
어쩌면 그 말이 누군가의 마음을 조용히 덮어줄지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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