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화. 꼬막비빔밥, 배추무된장국, 소시지
눈이 왔다. 올해 내가 본 첫눈이었다.
눈을 좋아하기에 가만히 창문을 통해 내리는 눈을 보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눈이 쌓일 정도로 오지 않는 지역에 태어나고 살아서 그런지 눈 오는 날을 그렇게 좋아한다.
눈이 많이 오는 지역에 살았다면 눈을 좋아하지는 못했겠지. 아마 지겹고 불편해서 별 감흥이 없었을 것 같다.
마치 나에게는 더위가 지겹고 불편하듯이.
조금씩 내리는 눈을 보고는 기분이 좋아져 잘하지도 못하는 운전을 했다. 그리고 바닷가 쪽의 카페로 향했다. 그때의 내 모습은 마치 눈을 보고 신이 나 꼬리를 흔들어대는 강아지 같았을 것이라 추정한다. 음. 조금 위협적이고 무서웠으려나.
한참을 작은 창으로 드문드문 떨어지는 눈을 보다. 글을 끄적이다. 책을 읽다. 사람들을 구경하다.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가 들려올 때가 있다. 참 다양한 사람들이 많다는 생각과 좋아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건 참 행복한 일인가 보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분이신데 후배분과 오셔서 작품과 먹고사는 것의 간극에 대한 이야기.
군대를 갔는데 혼자 생각지도 못한 떨어진 곳에 발령을 받았다는 이야기.
가족들과의 수위 있는 디스전. 등등.
들려오는 이야기에 꾹. 웃음을 참기도 했다.
작가님께는 말을 걸고 싶었는데 우물쭈물하던 사이 금방 가버리셨다. 맛있는 것 사드리면서 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는데. 마음의 용기가 차오를 시간이 부족했다. 말을 걸었으면 이상한 사람이라 생각하셨으려나.
집에 돌아오는 길 마트에 들러 장을 봤다.
알배추와 꼬막무침을 팔고 있었다.
조개류를 좋아하는데 추운 날이 재철이니 장바구니에 담는다.
만들어 두었던 무생채와 함께 넣고 참기름을 둘러 먹으면 새콤, 달콤, 고소한 맛에 한 그릇 뚝딱이다.
알배추 겉의 큰 잎들과 남은 무들로 된장을 풀어 끓이면 별것 없지만 속이 편안한 국이 된다.
무서울 정도로 이상기온이 계속된다. 이제는 날이 진짜 추워지니 건강 유의합시다.
모두 밥꼭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