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구한다
국군수도병원에서 찍은 첫 심초음파 결과를 아직도 기억한다. 군의관은 ”심장 기능이 떨어져 있어요.“ 정도의 설명으로 일축했지만, 이후 CT, MRI, 수 차례의 심장 초음파 검사결과 내가 받은 진단명은 확장성 심근병증이었다. 심실의 근육이 탄력을 잃고 늘어지며 기능이 저하되는 공포스러운 병이었다.
심장이 한번 수축하여 내보낼 수 있는 혈액의 양을 기준으로 심장의 수축력을 평가하고, 이를 EF라고 부른다. 첫 진단 당시 내 EF는 38~41%였다. 참고로 이야기하자면 정상인의 심장 EF는 적어도 60~65%이다. 쉽게 말해 내 심장은 보통 사람의 절반 정도밖에 기능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러한 상태를 심부전이라고 부른다. 심부전은 급성과 만성으로 나뉘는데, 나의 경우 급성은 아니었다. 즉, 대학시절 4-5시간의 고강도 운동을 해낼 때 부터 이미 내 심장은 망가져있었다는 뜻이다. 나는 반쪽짜리 심장으로 두세배의 운동량을 소화해냈고, 이는 다시 생각해보면 정신나간 짓이었다. 망가진 심장으로 군생활을 하는 일은 몹시 어려웠다. 조금만 언덕을 걸어도 숨이 차오르고 심박수가 날뛰었다. 군 규정에 따라 3개월의 관찰기간을 거친 후, 나는 의병제대를 하여 사회로 돌아왔다. 약물 복용 이후 혈압이 급격히 낮아져, 일어날 때마다 머리에서 피가 빠지고 앞이 보이지 않으며 어지러움이 몰려왔다.
약물 복용량을 조절하고, 주기적으로 진료를 받았다. 그러나 내 정신은, 사실상 치료가 불가능하며 치사율도 높은 병환과 싸움을 이어나가기엔 너무나도 지쳐있는 상태였다.
그만두고 싶다. 전부 다 포기하고 편해지고 싶다.
매일같이 그런 목소리가 머릿속을 후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주저앉을 수 없었다. 그건 내가 아니니까. 나는 싸워야 한다. 끝내 지더라도, 고통에 몸부림치다 무너질지라도. 그런 생각들과 함께 하루하루 숨쉬는 것에 집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