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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 Aug 17. 2024

오직 나

가까이 다갈 수 없다

  내 이야기를 쓴다고는 하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나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누구나 그렇다. 누군가와의 이야기. 그 표현이 맞을 거라고 생각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감정과 언어를 나누면 그것들이 한데 모여 주고받는 사람의 마음에 반드시 어떠한 형태로 남기 마련이다. 오랜만에 떠올려본다. 내가 사랑한 사람들을.


  주는 것과 받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편하냐고 물어보면 아무래도 전자인 것 같다. 받는 습관을 잘 들이지 못한 탓에 내 것이 아닌 어떤 것이 내게 주어지면, 그게 호의이던 관심이던 배려이던 그것도 아닌 어떤 것이면, 덜컥 거부감이 든다. 빚을 진 느낌. 고마워야 마땅할 것들조차 당황이 앞선다. 주는 것만큼 받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가 보다.


  오고 가는 모든 것들에 지칠 때면 이런 질문을 하곤 한다. “사람은 왜 혼자서 살아가지 못할까?” 멍청한 질문인 것을 알지만 외로움을 종종 갈망하는 건 나뿐만이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들이 끝나고 나면 마음에 벽돌을 하나 쌓는다. 나와 타인을 완전히 분리할 수 없다면 그 타의의 파도가 적어도 내가 조심스레 세워놓은 모래성을 무너뜨리지 않기를 바라며. 나의 본질은 그렇게 연약한 것이다.


  그렇게 쌓아둔 벽의 뒤는 안전하다. 동시에 고독하다. 혼자가 되기를 선택한 결과이다. 가끔은 일부러 사람들이 많은 장소를 찾아간다. 여기저기 들리는 말소리와 인공적인 불빛, 향들. 군중들 사이에서 외로움과 복잡함의 중간쯤에 서서 시간을 보낸다. 건강한 방법인지는 모르겠다. 단지 나는 이제 사람을 품을 여유가 없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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