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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게 느낀 서운함

2025/02/25

by Stellar



맑은 날씨와 낮은 인구밀도에 쾌적함을 느끼며 도착한 캘거리 시내에서 잠깐 사이에 당한 여러 번의 인종차별 때문에 기분이 상하고 말았다. 대마초가 합법인 캐나다는 길거리 곳곳에서 대마초를 파는 가게들을 볼 수 있고 심심치 않게 대마 피우는 냄새를 맡을 수 있다. 나는 대마초 합법화에 반대하는 입장인데 해외 생활을 오래 하며 대마초가 어떻게 다른 마약류 거래로 연결되는지 가까이서 본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내게 아무런 이유 없이 시비를 건 사람들 모두가 풀린 눈에 정돈되지 않은 옷차림의 약에 취한 젊은 사람들이었고 가까이선 지린내가 났다. 그래도 런던에선 높은 인구밀도에 비해 길에서 정신도 못 차릴 정도로 약에 취한 사람들을 만나는 비율이 이곳보다는 낮다. 캘거리가 런던에 비할 수 없을 만큼 작은 도시이긴 해도 다양한 이민자들이 섞여사는 나라에서 대뜸 당한 언어폭력에 그동안 쌓아온 캐나다에 대한 좋은 감정이 상처를 입는다. 참을 수 없어 영어로 항의하면 대개의 경우 별말 없이 꼬리를 내리는데 그렇게 항의도 못하고 당할 사람들을 생각하면 속상하고 화가 난다. 외국에 있으면 늘 한국에서보다 긴장한 상태로 경계태세가 되는 것이 안타깝지만 불의의 상황에 당황해서 미소를 짓지 않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여행의 마지막을 찝찝하게 마무리하게 된 것이 아쉽지만 미끄러운 얼음길에 내 손을 잡아준 사람의 온기와 산책길에 기분 좋은 인사를 건네준 사람의 환한 미소로 좁아졌던 마음을 밝히며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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