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02
잠이 많아 제 삶을 살지 못하는 병인 기면증이 있는 사람인지라 시차가 많이 나는 지역으로 이동해도 몇 번 자고 나면 적응이 되는 편인데 이번에 캐나다에서 영국으로 돌아와서는 3일 동안이나 밤낮이 바뀌어 고생을 했다. 잠에서 깨면 이때다 하고 얼른 일어나 각성제를 먹고 정신이 현실로 복귀하기를 기다렸지만 이내 몽롱한 잠의 세계로 다시 뚝 떨어지고 말았다. 집에 돌아온 후로 런던의 날씨는 내가 지낸 4개월 중에 최고로 좋은데 그 좋은 햇살이 창안으로 비치면 부신 눈을 잠시 뜨고 "일어나서 나가고 싶다."라고 무시당하고 말 소망을 간절하게 뇌로 보내곤 했다. 설산에서의 맑았던 정신이 내 것이 아닌 것만 같다.
그러다가 오늘에서야 되돌아와 오랜만에 요가수업도 가고 작업도 진행하고 템즈강변으로 긴 산책도 다녀왔다. 나도 인아도 수다스러운 사람이 아니지만 조곤조곤 떠오르는 생각들을 나누며 일상을 함께할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나 자신을 돌보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태도'
'파도'
'산'
연결해 보자면 역시 '끊임없는' 움직임의 시간이 쌓인 무언가를 지향하고 있는 것 같다. 양유전 장인이 채화칠을 하는 모습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의 얇은 붓길이 느리고 섬세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았다. 편집된 영상 사이에 숨은 시간이 얼마나 넓고 깊을까. 무너질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쌓아 올릴 대담함과 믿음이 동시에 필요한 것이다. 발랄함과 진지함 사이의 어색한 구간을 탐색하기를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여행에서 돌아오니 공원이며 강변에 봄꽃이 피어있다. 그리웠던 눈길을 그토록 원 없이 걷고 왔으니 이제 봄을 활짝 맞이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