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팀 Hearty 이야기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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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rty(핫티)는 햇수로 5년차 프로젝트 팀이다. 핫티 활동을 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지만, 그 중 가장 성장한 부분은 ‘협업’ 이라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우리 팀 ‘Hearty’를 소개하고, ‘협업’을 하면서 느끼고 배운 점, 그리고 팀프로젝트를 한다면 도움이 될 이야기들을 전달하려고 한다.
Hearty의 구성원은 총 4명인데, 과 선후배 사이다. 우연히 창업 수업을 함께 듣다가 선배들의 스타트업 성공 사례에 자극을 받고 ‘우리도 무언가 해보자’며 팀을 꾸린 게 그 시작이다. 팀원 모두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자 했기에, 팀 이름을 ‘마음이 따뜻한’이라는 뜻의 ‘hearty’로 정했다.
하지만 계획 하나 없이 ‘그냥’ 모인 팀이다 보니 부족한 점이 많았다. 개발이나 디자인 전공도 없었고 경영학과도 아니었다. 언론홍보영상학을 전공하면서 배운 미디어에 대한 지식 조금과 사진영상 기술 조금 가진 게 전부였다.
말 그대로 백지상태. 최소한의 상식은 갖춰야할 것 같아 스터디부터 진행했다. 영상/법무/경영 파트 중 원하는 2개의 파트를 골라 책을 읽었고, 팀에 도움이 될 만한 부분은 정리하여 공유했다. 이 외에도 무료 온라인 강의나 뉴스레터 등을 통해 마케팅이나 창업 정보를 쌓았다.
우리는 ‘리서치’를 통해 창업 아이템을 발굴하고자 했다. 요즘 트렌드와 우리의 관심사의 공통된 부분을 찾으니 키워드 3개 - ‘Z세대’, ‘친환경’, ‘중고’ – 가 나왔다. 이 키워드들을 중심으로 시장 조사와 회의를 진행했고 ‘중고 의류 플랫폼’을 사업 아이템으로 선정했다. 그 당시에 비해 2023년 현재 중고 의류 시장이 더 커진 것을 보면 우리의 리서치가 헛되지는 않았던 듯 하다.
팀도 있고 아이템도 있었지만, 자금이 없었다. 학생 창업의 단점은 돈과 경험이 없다는 것이고, 장점은 지원을 받을 기회가 많고 실패해도 크게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재학 중인 학교 또한 학생들의 창업을 적극 장려하는 편이었다. 여러 지원 사업 중 <캠퍼스타운사업 창업경진대회>가 초보 창업에 적합할 것 같아 신청해보기로 했다.
평가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사업계획서였다. 책, 블로그. 유튜브로 ‘사업계획서 작성법’을 찾아보며 작성했더니, 나름 그럴듯한 12페이지의 사업계획서가 완성됐다. 사업계획서를 작성해보니 초기 기획하면서 놓쳤던 부분도 채워졌고, 팀원들이 머릿속으로 그리는 그림도 하나로 합쳐졌다.
면접까지 마치고 발표를 기다렸다. 결과는 합격. 기쁨은 잠시였고, 막상 실제로 플랫폼을 만들려고 하니 막막했다. 사이트를 만들 개발 능력은 물론 의류를 운반할 운전 면허 조차 없었으니까. 무엇보다도 우리가 ‘옷, 패션’ 자체에 크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무리 중고라는 특성이 있더라도, 옷을 고르는 기준과 스타일이 있어야하는데 그 정도로 옷에 관심있는 사람이 없었다. 우리는 고민끝에 이 사업을 포기하기로 했다.
한 번의 실패 아닌 실패를 겪고, 보다 작은 것부터 시작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환경 뉴스레터 <핫티 에코>다. 팀원들 각자 일상 속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환경 보호 방법을 정하여 4주간 직접 체험하고 작성한 ‘녹색일기’ 코너와, 잘 알려지지 않은 친환경 브랜드를 소개하는 ‘에코 브랜드’ 코너로 구성됐다. 메일챔프라는 플랫폼을 활용해 4주간 주 2회 발행하였고, 약 60명의 구독자에게 발송하였다. <핫티 에코>는 Hearty가 만든 첫 결과물이자, 팀워크를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앞선 경험들을 통해 트렌드와 관심사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미디어 관련 전공이라 그런지 팀원 모두 사진, 영상에 관심이 많고 편집 프로그램도 잘 다룬다. 이런 강점을 살려 20대 미혼모분들의 스냅&인터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여러 어려움도 겪고 많은 도움도 받게 됐는데, 자세한이야기는 이전 브런치 글에 잘 풀어져 있다.
<핫티 에코>는 주로 우리 지인들 대상으로 한 팀워크 테스트 프로젝트였다면, <핫티 모먼트>는 본격적인 프로젝트였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의 호응을 얻으며 전하고자 했던 가치가 공감받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기에 우리에게 가장 의미있는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프로젝트를 하면 할 수록 팀원들과 공유하는 경험이 많아지기 때문에 프로젝트 아이템 선정도 더 빨라진다. <핫티 모먼트>가 우리 입장에서 나름 성공적이었고, 뿌듯함도 느꼈던 프로젝트였기에, 아예 새로운 것보다는 기존 프로젝트의 연장선에서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경험할 수 있도록, 직접 셀프 인터뷰를 할 수 있는 <모먼트 다이어리>를 기획하여 텀블벅 펀딩을 진행했다. 텀블벅 펀딩에 관심이 있다면, 펀딩을 진행하며 느꼈던 모든 걸 정리해둔 이 글을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우리 네 명은 동아리나 대외활동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약 4년간 꾸준히 프로젝트를 운영해왔다. 심지어 2022년에는 팀원의 일부가 교환학생과 어학 연수를 가서 한국, 인도네시아, 미국 서부, 미국 동부에 흩어져 있기도 했다. 대면 회의조차 불가능했던 상황 속에서 현재까지 프로젝트를 매끄럽게 이어올 수 있었던 비법은 다음의 네 가지와 같다.
각자 관심사나 쌓아온 경험은 달랐지만 ‘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만큼은 같았다. 그걸 이룰 수 있는 방법인 ‘창업’은 매우 흥미로웠다. 덕분에 회의를 준비하는 것도 회의 시간도 즐기면서 참여할 수 있었다.
꾸준히 할 수 있으려면 너무 어려워서는 안 된다. 시험기간에는 한 주 건너뛰거나, 과제가 몰리는 주간에는 짧고 굵게 온라인 회의로 대체하는 등 유연하게 진행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회의 참여가 어려울 경우에도 미리 말하고 회의 시간을 조정한다. 여기서 더 풀어지면 영영 다시는 모이지 않기 때문에 경계해야한다. 다음 회의는 언제고 무엇에 대해 이야기 나눌지는 항상 정해져 있어야한다.
친구들과 프로젝트를 하다 보면 이와 관련된 이야기만 나누게 된다. 그러다 보면 각자의 일상공유가 적어지게 되고 흔히 말하는 ‘비즈니스 관계’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친구사이에서 오는 에너지와 자유로운 토론을 잃어버리게 되고, 최악의 경우 싸움으로 끝나 친구를 잃게 된다.
우리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친구사이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법 중 하나는 ‘오늘의 TMI’이다. 말그대로 회의를 끝내기 전 각자의 TMI를 이야기 하는 코너를 넣었다. 개수나 내용은 상관없지만, 소소하거나 개인적일 수록 좋다. 서로의 SNS를 보는 것 만으로는 알 수 없는 비하인드 일상을 공유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친밀감이 높아지고, 어쩔 수 없이 딱딱해지는 회의의 분위기도 마지막에 풀면서 끝낼 수 있다.
팀은 관계맺음에서 시작된다. 놀랍게도 우리는 단 한번도 싸우지 않았고, 사전에 양해를 구하지 않고 회의에 불참하는 식의 일이 한 번도 없었다.
① 믿음
“우리는 이미 유대감과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상대방의 상황이나 말을 더 잘 이해하고 믿어줄 수 있어서 스케줄 조정이나 역할 분담도 큰 갈등 없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 팀원A
상대방의 말을 의심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고 믿어주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다.
OO: 제가 오늘 몸이 너무 안 좋아서 과제를 완성하지 못했어요.
팀원 중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바로 ‘얼마나 아팠으면 못했을까. 조금 미뤄져도 괜찮아’라는 생각은 팀원 사이의 두터운 신뢰가 있어야 가능하다.
신뢰를 쌓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한다. 우리는 이를 위해 먼저 솔직해졌다. 과제를 정하거나 역할 분담을 할 때 자신이 얼만큼의 시간과 에너지를 쓸 수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하고, 이것을 솔직하게 이야기 해야한다. 만약 팀에서 요구하는 정도와 본인이 쓸 수 있는 정도가 다르다면 대안을 찾거나 아쉽지만 잠시 그 프로젝트에서 빠져야 한다.
개인의 ‘양심’ 또한 믿음에 큰 영향을 준다. 예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면 역할 분담에서 나누지 않았던 업무들이 많이 생긴다. 이 때 다른 팀원에게 미루기보다는 자신이 지금 맡고 있는 업무가 적다고 생각할 경우 먼저 나서 업무를 맡는 것이다.
② 배려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없으면 우리가 한 번은 싸웠을 거라고 생각해요. 놀랍게도 우리는 어떤 상황으로 불참을 이야기하든, 어떤 식으로 느슨해지든 서로의 상황을 전부 이해해주었어요. 그게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고 모두가 올바르게 행동하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 참 신기해요.” - 팀원B
서로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면, 배려와 이해가 필요하다. 그 동안 서로에게 믿음을 주었다면, 가끔 불가피한 상황으로 회의에 불참을 하거나 업무 기한을 지키지 못할 때 이해해줄 수도 있어야한다. 한 팀원이 가족여행을 가게 됐다면 그 기간 업무는 나머지 팀원들이 맡으며 편하게 여행을 즐기도록 배려해준다.
여기서 전제는 상대의 배려를 먼저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연히 이 정도는 이해해주겠지’, ‘저번에도 이해해주었으니 괜찮겠지’라는 마음이 생기는 순간 믿음도 함께 무너지게 된다. 우리는 여전히 배려에 고마워하고, 최소한의 예의는 언제나 지키려고 한다.
OO: 제가 오늘 몸이 너무 안 좋아서 과제를 완성하지 못했어요. 약 먹고 좀 나아진 후 시작했더니 부족했네요. 기한을 지키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혹시 내일 오전까지 마무리해도 괜찮을까요? 딜레이 된만큼 제가 다음 업무를 빠르게 끝내서 정해진 계획에 문제 없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앞에서 봤던 문장을 우리 식으로 수정해봤다. 누군가는 ‘조금 늦은 걸로 뭘 저렇게까지 말해야해?’라고 말하지만, 이런 하나하나가 쌓여 팀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준다고 우리는 믿는다.
③ 존중
“저는 의견을 결정할때 ‘팀에 도움이 되는지’를 기준으로 삼았어요. 서로 다른 의견이 충돌할 때가 당연히 많았지만 각자의 의견을 존중하고 수용할 수 있는 자세가 있었기 때문에 갈등이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팀원C
프로젝트는 선택의 연속이다. 이때, 모든 팀원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가 많다. 다수결로 결정하면 쉽지만, 중요한 사항은 서로의 의견을 꼼꼼하게 들어보고 논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 이때 존중하는 태도가 없다면 건강한 논의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존중하는 태도가 상대방의 의견을 무조건 받아들인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반대하는 상황에서 존중의 태도가 더 잘 드러난다. 상대와 의견이 다를 경우 “별론데?”가 아닌 “그 부분은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건데, 정말 그렇네! 하지만 이런 부분에 있어서 걱정이 돼. 이런 방식으로 해보면 어떨까?”로 이야기 한다. 자신의 사고 과정, 즉 왜 이렇게 생각하는지를 자세하게 설명하고 절충안이나 새로운 방식을 제안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나와 상대의 의견에 대해 한 층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우리는 공동의 목표를 가진 ‘팀’이다. 내 의견이 많이 채택돼야 좋은 포인트 게임이 아니라 논의를 통해 함께 더 나은 방향으로 가야하는 단체 게임이다. 그렇기에 ‘나의 의견이 부족하고 다른 사람 의견이 더 낫다’는 식의 비교는 팀워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단순하게 무엇이 팀에 좋은가를 기준으로 삼고 결정하면 프로젝트 흐름이 더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누군가 이 모든 걸 혼자서도 할 수 있지 않았냐고 묻는다면,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4명이 모인 팀이었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 이 중 누군가가 없었다면 똑같은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팀으로 일하면 효율이 훨씬 높아진다. 자신의 강점에만 집중하고, 자신없고 부족한 부분은 다른 팀원들과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바빠지거나 다른 일에 집중하다보면 사이드 프로젝트에 소홀해지거나 의지가 약해질 수 있는데, 팀원들이 있으니 약간의 강제성이 생기면서 그 시기를 잘 넘어갈 수 있다. 이 외에도 여러 사람이 함께 확인하기 때문에 놓치는 부분이 줄어들고, 여러 사람의 시선에서 바라보면서 더 객관적이고 넓게 판단할 수 있다.
혼자서는 못했을 일들을 함께 해 준 팀원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이 글을 마무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