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독 Feb 11. 2024

사람이 있어서 더 예쁘다

더하기

사진을 찍으러 여기저기 다니던 길이다. 성북동에 들러 골목길을 걸었다. 낯선 동네지만 한편으론 친근한 느낌이다. 처음이었지만 여러 번 지나친 그런 골목들을 걸었다. 해가 저물어 가며 빛도 이동했다. 같은 장소여도 다른 시간대의 순간은 전혀 다르게 기록된다. 순간을 기록하고 싶어서 시작한 사진이었고 빛을 기록하는 행위가 참 아름답다고 느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북적 한 일터에서, 주변에서 벗어나 한적한 길을 걷는다는 게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처음엔 사람이 없는 곳에서 동물, 식물 그리고 풍경과 같은 피사체를 담았다. 하루 열 시간 무료로 제공되는 최고의 조명인 태양의 빛을 받은 피사체들은 더욱 빛났다. 능숙한 사진 실력은 아니지만 스스로 만족하기에 그날의 공간, 공기와 분위기가 완벽했다. 밤이 되면 북악스카이웨이에 올라서 서울의 밤을 지켜보았다. 바쁘게 퇴근하는 직장인들, 도로를 덮은 자동차의 조명과 고층 빌딩의 반짝임 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런 순간들을 담곤 했다.


근처 카페에 앉아 커피를 주문하고 노트북을 켰다. 카메라의 메모리카드를 연결해서 그날의 순간들을 옮겨 담았다. 후작업을 하면서 사진들을 훑어보는데 뭔가 이상했다. 분명 거리를 걷고 느끼고 사진을 찍을 땐 좋았는데 한없이 아쉬운 결과물 같았다. 사진 자체는 생각했던 구도대로 잘 찍혀 있는데 왜인지 모르게 허전한 느낌이 강했다. 사람이 없어서였다. 


사람 없는 골목, 사람 없는 야경, 사람 없는 순간들은 채울 수 없는 허전함이 겉돌았다. 인터넷을 켜서 같은 장소의 스냅사진을 찾아봤다. 단지 사람이 배경에 들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허전함은 사라져 있었다. 사람을 피해서 골목으로 들어갔는데, 사람이 없어서 허전하고 예쁨을 상실한다는 게, 웃겼다. 사람은 사람으로 치유를 한다고 들은 적이 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았는데. 결국엔 나도 같은 사람이었구나. 평소에 느꼈던 북적함과 사람 때문에 느꼈던 산만함들이 잡음이 될 수도 예쁜 배경을 더해 줄 꽃일 수도 있구나. 붐비는 주변에 거부감을 느끼는 건 결국 나의 시선 때문이었다. 배가 불렀다가 배고프면 다시 밥을 찾듯이 허전함을 느끼니 다시 사람을 찾았다. 나 또한 누군가에겐 배경의 꽃이 될 것이고 주변의 것들은 한결같이 꽃이었다. 예쁜 배경도 사람이 있어서 더 예쁘다.

작가의 이전글 촉이 좋다는 말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