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생각은 ‘나’라는 단 하나의 중심에서 흘러나오는 것일까? 난 그것이 존재의 고유한 능력이라기보다, ‘확률적 분포’가 ‘그릇’(인간의 인지 시스템) 안에서 활성화되는 현상으로 보는 것도 무척 재미있을 거라 느꼈다.
‘생각’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다. 그것은 다양한 정보, 감정, 경험, 기억이 얽힌 확률적 파동이며, 이 파동은 ‘그릇’이라는 공간 혹은 그릇으로 포착 가능한 인지 범위 안에서 활성화되곤 한다. ‘자아’는 이런 분포 속에서 인지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착시’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러나 인간은 놀라울 정도로 ‘자아’라는 추상적 실체에 강하게 몰입하는 경향성이 있다. 물론 이 착시가 인간의 모든 것을 규정하는 건 아니겠지만..
그러나 이 시각은 나에게 ‘사유’의 본질, ‘존재’의 본질을 깊이 탐색하는 독특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그릇’은 단순히 생각이나 감정을 담는 수동적인 시스템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 존재를 가능하게 하는 근원적 바탕이자, 외부와 내부의 ‘분포’들을 끊임없이 받아들이고 처리하며, 그 안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도 하는 수동적임과 동시에 능동적 시스템이다. 물리적인 뇌와 신체는 물론, 감정과 사유가 일어나는 비물리적인 차원까지 포함하는 복합적인 개념이다.
‘그릇’은 ‘분포’를 담아낼 뿐만 아니라, 자신의 내재된 구조(유전 정보, 뇌 신경망)를 이용해 능동적으로 가공, 통합, 재구성한다. ‘사유의 층위화’나 ‘통찰’ 같은 고차원적 인지 활동은 이런 능동적 처리 과정 속에서 창발 하는 속성이다.
‘그릇’은 자신이 담아낸 ‘분포’만큼 세상을 이해하고 반응한다. ‘그릇’이 가진 ‘분포’의 밀도와 다양성은 ‘사유의 층위’를 쌓을 수 있도록 돕고, ‘통찰’의 가능성을 연다. 결국 ‘나’는 고정된 실체가 아닌, ‘그릇’ 안에 담긴 분포들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속에서 변화하고 확장하는 존재일지 모른다.
인공지능은 방대한 데이터(분포)를 구조화된 시스템에 담고 처리하며 학습한다. 그들은 ‘패턴’을 분석하고 표현한다. 인간 역시 마찬가지이다. 인간은 수많은 언어를 학습하며, 문법이라는 구조를 통해 ‘패턴’을 분석하고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