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단상 2

by Kn

'팔목은 흰데. 그것은 검은 털로 덮여 있었다. 나는 그것이 좀 보기가 싫었다.'


정말 마음에 드는 구절 - 이유는 명확하지 않지만, 인물을 살아 숨 쉬게 하고, '나잖아'하고 공감하게 하며, 다시 또 공허함과 불안함, 아슬아슬함이 포착되는 묘한 글귀.


'건전한 사람은 누구나 조금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바라는 법이 있는 법이다.'


.... 무섭고 날카로운 문장이며, 이해를 거부하는 이들의 뇌리에 박히거나, 토해질 법한 문장. 이토록 뫼르소의 상태를 잘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이 있을까.. 아버지 병간호를 하며 들었던 생각들.. 병원비의 압박.. 나 자신을 쓰레기라 치부하던 순간순간들...

이후 어머니는 자신을 절대 병원에 입원하게 하지 말라고 한 말.. 하지만 혹시 모를 어머니 건강에 대비해 돈을 모아두고 있는 내 모습... 아프시지 않고 편히 계시다 임종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도와주실 거라 생각하는 허망하고, 쓸데없고, 쓸모없는 간절한 바람....


뫼르소는 식사 대접을 대가로 베르몽의 원한 사건에 휘말린다. 그는 무심하게 그 사건을 대하고, 무심하게 친구가 돼버렸다. 그리고 친구라 자신을 칭하는 그를 무심하게 돕는다. 그러나 이것은 나를 소설 안에서 뽑아 버렸다.

이후 소설은 잘 짜 맞춘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그가 보인 태도, 그의 타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말 내뱉음. 상대가 자신을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나는 이라 여길 수 있다는 걱정을 초월한 아니, 어쩌면 공허가 집어삼킨 그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걸러짐을 건너뛴다.

그리고 모순적이게 정욕을 꿈꾸다 순식간에 이를 극복해 버린다. 담배 역시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 실망스런 재판에서 "태양 때문"이라는 말을 던지며, 그것이 왜 웃음을 일으키고, 미움을 사는지 이해하며,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은 특이한 전개를 보인다.

그는 자신을 칼로 위협하는 혹은 경고하는 아랍인의 모습을 보았으면서도, 거기에 대해선 한 마디도 못하게 만드는 카뮈에 의해 강제로 침묵당한다. 물론 그 발언이 그의 벌을 없애주진 못했겠지만, 정당방위라는 것과 그가 느꼈던 목숨의 위협 등은 충분히 설명해 줄 수 있었을 것이다.

이후 그려지는 뫼르소의 의식 묘사는 너무나 아름답고 정교하며, 불같은 성미를 가진 자가 부끄러움에 휘갈겨 쓴 것처럼 시간을 움켜쥐고, 이방인으로 뫼르소를 내던진다. 하마터면 끌려갈 뻔한 그 순간에 잡은 것은 종교가 가진 칼날을 비추는 작가의 노련함이었다. 종교를 가진 이들이 보일 수 있는 간사한 용기와 위로, 무엇이든 다 아는 존재를 믿는 미물이 갖는 우스운 자신감, 전지전능한 존재가 가질 수 있는 우월함을 마치 자신이 당당히 훔쳐 뒤집어쓴 것처럼.. 그런 언행을 부끄러움이나 양심의 가책도 못 느끼며, 자신이 그런 비극적인, 몰염치한 존재라는 것조차 모르는 이의 창백하고 성실하고, 새빨간 사명감으로 가득 찬 채로 약자들을 집어삼키려는 이빨을 드러낸 욕망.

작가는 그것들을 그리며 동정받을 가치가 있는 청년을 담담하게 이방인을 자처하는 존재로 둔갑시킨다. 자신의 쓴 작품의 큰 치부를 감추려 종교의 치부를 덧씌움은 안타깝고, 고독한 고뇌의 흔적이다.

뫼르소는 말한다. 갑자기 뜬금없는 행복과 외로움을 고백하며, 아이러니한 증오를 향한 열망을. 그러나 그것은 뫼르소를 '되어야만 하는 퍼즐 조각'으로 전락하게 하고, 동정과 욕설의 중간에서 어정쩡하게 숨을 쉬게 하는 특별한 사형 선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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