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딸인 게 분명하옵니다.
내가 서울에 다녀오는 동안 우리 식구들은 굶어죽지 않고 잘 지냈다. 금요일 아침, 배추시래깃국을 끓이기 위해 냉동실을 열었다. 냉동 시래기를 찾고, 육수를 내기 위해 국물용 멸치를 찾았다.
“어라, 멸치가 어디로 갔을까? 멸치야 어디 있니?”
나이가 들수록 혼잣말이 는다. 그리고 나는 한술 더 떠 약간 타령조로 혼잣말한다.
( 아쉽게도 브런치는 음성지원이 되지 않는다.)
물을 떠서 자기 방으로 가던 딸이 나를 돌아본다.
“엄마,
내가 바다로 돌려보냈어!”
이걸 죽여? 살려!
다행히 멸치는 찾았고 국을 끓였다.
아침밥을 먹고 또 숙제 타령을 하던 딸이 나에게 자기 친구 소식을 전한다.
“엄마, 00이 폐렴으로 입원했대.”
“아니, 지난주에 거제도 놀러 갔다더니만, 언제 폐렴에 걸린 거야?”
“몰라, 아무튼 입원해서 영어 학원 안 옴.”
“어디 병원 입원했대? 전화 좀 걸어봐. 안부 인사라도 해야지.”
“어제도 내 전화 안 받던데, 엄마가 뭐라도 돼? 무슨 안부 인사?”
“야! 우리가 남이야? 그냥 걸어봐.”
딸아이가 전화를 걸었지만, 친구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는 ‘병원임’이라는 짧은 문자가 왔다. 옆에서 딸에게 문자를 남겨보라 했다. 우리 엄마가 괜찮냐고 걱정한다고. 알겠다고 딸아이는 난중 답장 오면 알려줄 테니 나보고 나가라고 했다. 근데 갑자기 딸이 의심스러운 나는 휴대전화기를 빼앗아 문자를 확인했다.
내 이럴 줄 알았음.
*친구 이름을 미친년이라고 저장해 두는 딸. 딸에게 그 친구는 널 뭐라고 저장했니라고 물어보니 '십덕오타쿠새키'라고 합니다. 진짜 등짝 맴매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