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자 사진에 진심이옵니다.
지난주 목요일이었다. 우리 반은 매주 목요일 아침 활동 시간에 운동장 걷기와 줄넘기를 한다. 다행히 아침에 비도 안 오고 대기 상태도 좋아서 밖으로 나갔다.
“자자, 줄넘기 챙겨서 나오고 8시 50분에 벚꽃 나무 앞으로 모여라. 단체 사진 찍을 거야!”
아이들이 자유롭게 운동장을 걷고 줄넘기하는 동안 나는 어떻게 하면 단체 사진을 잘 찍을지 고민하며 연신 카메라를 눌러보았다. 그리고는 벚꽃이 가장 예쁘게 나오는 최적의 구도를 찾고는 혼자 흐뭇해하고 있었다.
그런 나를 지켜보던 6학년 1반 여학생 몇 명이 나에게 다가왔다. 작년 우리 반 P양이었다.
“선생님 오늘 의상도 멋진데, 음 제가 남찍사 해드릴게요.”
“남찍사? 그게 뭔데?”
“남이 찍어 주는 사진, 인스타 감성. 남이 찍어 주는 자연스러운 사진 뭐 그런 거예요. 저 사진 잘 찍어요. 폰 줘 보세요.”
“그래?”
오래된 카톡 프사를 한 번 바꿔 보고자 하는 욕심에, 그리고 오늘 출장 간다고 바지에 재킷까지 입었으니 평소보다는 사진이 잘 나올 듯싶고, 아무튼 한껏 기대하며 그녀에게 내 폰을 건넸다.
“자, 선생님 자연스럽게 앞으로 걸어가 보세요. 아주 좋아요. 우와 멋지다.”
“음, 그래? 거짓말 아니지. 선생님 기대한다.”
P양의 사진을 본 나는 할 말을 잃고 말았다.
8시 50분 종이 쳤고, 아이들을 불러 모아 단체 사진을 찍었다. 눈치도 없이 우왕좌왕하길래 키 큰 사람 뒤로, 작은 사람 앞으로 소리를 질렀다. 4장 정도 찍었는데 나쁘지 않았다. 쉬는 시간에 연구실에 가서 나의 동기 오빠인 연구부장님에게 챗GPT 지브리 스타일로 바꿔 달라고 부탁했다. (본인이 자기 유료 앱 쓴다고 사진 보내라고 먼저 이야기 했음.) 몇 분 후에 사진이 날라왔다.
“아 챗GPT 너마저..........”
분명 우리 반은 남학생이 9명, 여학생이 12명인데, 챗 GPT가 여학생 9명, 남학생 12명으로 바꿔 놓았다. 챗 GPT가 성별도 구별 못 할 줄 상상도 못했다.
점심시간에 택배 배송 문자가 왔다. 학급 자치비로 주문했던 단체티가 도착했다. 5교시 쉬는 시간에 나눠 주고 사이즈를 확인했다. 다행히 100퍼센트 고객님을 만족시켰다.
“아, 사진이나 1장 찍어 볼까? 애들아, 뒤로 모여!”
짧은 시간에 후다닥 사진을 찍었고, 마지막 희망의 끈을 부여잡고 연구부장님께 카톡을 전송했다. ‘부장님 이번에는 진짜 잘 부탁드려요.’
6교시 끝날 무렵 답장이 왔다.
“미안하다. 챗GPT가 명성보다 똑똑하지 않은 듯 T.T”
“아, 진짜, 챗 GPT 바보네!”
다시 이야기하지만 우리반은 남학생 9명, 여학생 12명이다. 자 사진을 잘 보시라. 2명 어디로 사라진 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