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은 저를 안 닮은 게 확실합니다.
중학교에 입학하고 벌써 2개월이 흘렀습니다. 딸아이는 나름대로 적응을 잘하고 있습니다. 벌써 지난달에는 친구들까지 집에 데려와 하룻밤 자고 갔고요. 1학기는 시험이 없어서 그런지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재밌게 흥청망청 살고 있습니다.
하루는 저녁에 학원을 다녀온 딸아이가 춤 이야기를 합니다.
“엄마, 나 토요일에 춤추러 갈 거야!”
“춤, 무슨 춤. 너 몸치 아니야.?”
“난 엄마랑 달라. 5월 7일에 학교에서 행사하는데 거기 춤출 팀 모집해서 친구들이랑 신청서 냈어.”
댄스 공연 신청은 1~3학년 통틀어 10팀 정도 했다고 합니다. 그러고는 춤 연습을 해야 해서 연습실을 빌렸다고 합니다. 딸이 빌린 공간은 시에서 청소년 대상으로 무료로 빌려주는 연습실입니다. 친구랑 인터넷 검색으로 찾았고, 전화로 예약까지 완료했다고 합니다. 그때 줌바 댄스 같이 가자고 꼬실 때 자기는 춤에 관심이 없다고 했는데 그냥 저랑 같이 가기 싫었던 게 확실합니다.
지난주 토요일 아침도 아니고 점심이 다 되어서입니다. 잠을 늘어지게 자고 일어난 딸아이는 차를 태워달라고 합니다. 그저께는 알아서 간다더니 귀찮지만 오케이 했습니다. 그러면서 친구 1명을 태워가야 한답니다. 그럼 근처로 버스 좀 타고 오라고 말하라 했더니, 친구는 길을 모른다고 했습니다.
“뭐야? 그 친구도 학교 갈 때 버스 타고 다니잖아?”
“안돼. 그냥 엄마가 걔 동네로 가서 태워 줘.”
버스비 100원만 내면 시내까지 갈 수 있는데 괜히 말을 꺼내서 귀찮아졌다. 친구를 픽업해서 돌아가면서 시간이 더 걸렸다.
“친구야, 너희는 무슨 춤 추니?”
“저는 다른 팀이에요.”
“엥? 그럼 너는 오늘 왜 가는 거야?”
“엄마, 얘는 댄스 동아리야. 우리 춤 가르쳐 달라고 내가 데려가는 거야.”
아, 딸아이 친구는 댄스 선생님이었습니다. 그래. 왜 우리 동네로 버스 타고 못 오는지 얼버무릴 때부터 이상했다. 분명 친구에게 우리 집 앞으로 오라고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5월 4일 딸아이는 저녁에 친구들과 급하게 춤 연습 장소를 섭외했다. 저번에 갔던 시에서 대여해 주는 공간은 예약이 다 차서 안 되는 모양이었다. 안되면 아빠 사무실 가서 연습하라고 했더니 거울이 없어서 안된답니다. 참나! 이번에는 집에서 30분 거리(버스로 이동 시)에 있는 사설 연습실을 빌렸다. 1시간에 12000원인데 3시간을 빌렸다.
“내가 분명 지난주부터 연습할 거면 장소 빨리 빌리라고 했지? 봐봐, 돈만 쓰게 생겼잖아?”
“잔소리 그만, 돈 나눠서 낼 거야.”
“아이고, 돈 아까워. 이러니까 맨날 돈이 없어서 깡패처럼 동생 돈이나 삥 뜯지.”
“나가, 내 방에서 나가!”
5월 5일 딸아이는 오후 2시에 나가 3시간 춤 연습을 했겠죠? 그리고 우리는 치킨을 시키고 기다렸지만, 친구들이랑 떡볶이를 사 먹고 8시 53분에 귀가했다. 어제 할아버지한테 용돈 받고, 진주 할머니(나의 큰어머니)께 받은 용돈이 있었는데 저금할 거라고 돈 좀 달라고 하니 겨우 1만 원을 내밀었다. 너무 한심하고, 화가 났지만 알겠다 했다. ATM기기에 가서 내 돈 1만 원을 보태 2만 원을 입금하면서 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몇 글자 적었다. 최대 입력할 수 있는 글자가 6글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