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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옷빨에서 온다.

나의 다이어트 도전기

by 사차원 그녀

나는 내가 식욕이 별로 없는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요즘 먹고 싶은 게 너무 많다. 매일 밤 생각한다. 내일 아침에는 뭘 먹지. 겨울방학 기점으로 살이 통통하게 오른 나는 인생 첫 다이어트 중이다. 한 번도 50kg 이상으로 살아본 적이 없는 나는 내가 이렇게 살이 찌는 체질인 줄 처음 알았다. 2주 전쯤 청도 미나리에 삼겹살을 구워 먹던 날 나는 입이 터졌고, 언니는 왜 이렇게 살이 쪘냐며 놀라워했다. 내 뱃살을 본 남편은 다 나잇살이라며 이제 아줌마가 다됐다고 했다. 그리고 곧 자기 몸무게 역전하겠다며 날 놀렸다.


3월의 학교는 그냥 바쁘다. 숨만 쉬면 퇴근 시간이다. 15년째 3월을 맞이하고 있고 하는 일도 비슷한데 왜 바쁜 줄 모르겠다. 아마 아이들이 매해 바뀌기 때문인 듯싶다. 이제 거의 4주 차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서로 호흡을 맞춰보니, 올해도 별일 없이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다. 제발, 그래야 만 해. 남편은 진짜 살 빼고 싶으면 교실에 가서 아이들 앞에서 선생님 살 뺄 거라고 공언하라고 했다. 나도 사회적 지위와 체면이 있지, 어떻게 아이들 앞에서 그런 말을 하겠어.


그건 그렇고 3월 나의 다이어트 방해꾼이 나타났으니 이름하여 떡이란 놈이다. 하, 고깃집 가도 꼭 공깃밥을 먹어야 하는 나는 탄수화물 러버다. 체육부장이 다이어트하려면 탄수화물을 줄여야 한다고 했는데...... 근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나는 떡도 좋아한다. 3월, 학교에 새로운 교직원분들이 부임해 오셨다. 그러면서 그분들 지인이 보내주시는 인사 떡으로 인해 연구실에 간식이 끊이지 않았다. 백설기, 꿀떡, 인절미, 쑥떡, 호두과자, 쿠키까지 야무지게 먹었다. 지난주 17일에는 신규 선생님이 첫 월급 턱으로 또 떡을 준비해 주신 덕분에 입이 쉬지를 못했다. 그러면서 스스로 위로했다. 낮에 먹는 거는 살 안 찐다고.


대신 저녁 8시 이후에는 금식하고 있다. 공복 시간을 더 늘려보려고 했는데 퇴근하고 학원 간 딸아이 픽업하고 집에 와 저녁을 차려 먹으려니 더 시간을 앞당길 수가 없었다. 소파에 누워있으면 살 못 뺀다는 남편의 성화에 하루 40분씩 운동도 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 내 조성된 운동기구를 이용해 운동도 하고 가벼운 달리기도 하고 있다. 근데 혼자 하니 재미도 없고 뱃살이 빠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수요일 저녁에는 다시 줌바댄스 하는 악몽을 꿨다. 운동을 마치고 집에 와 설거지하고 있으면 아들이 와서 배가 고프다며 먹을 것을 요구한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상큼한 오렌지가 보인다. 악! 내가 퇴근할 때 사 왔지. 맛있겠다. 벌써 9시네. 눈물을 머금고 과일 접시를 아들 앞으로 대령한다. 오렌지야 네가 아무리 냄새 풍겨봐라. 내가 먹나. 흥! 아들은 엄마 속도 모르고 너무나도 맛나게 먹는다. 거의 고문급이다.


지난주 빈티지 샵에 가서 옷을 사 왔다. 사장님이 올해도 청치마와 청재킷이 유행할 거라며 이것저것 추천해 주셨다. 마음에 쏙 드는 청치마가 있어서 탈의실 가서 입어봤는데 현타가 왔다. 마지막 단추가 잠기지 않았다. 당연히 사이즈 S일 거라 확신했는데 택을 확인해 보니 M이었다. 남편이 포기하라고 했지만 오기가 생겨 꼭 살 빼서 입을 거라며 그 옷을 사 왔다. 옷장에 걸어두고 수시로 입어보며 내 뱃살을 체크하고 있다.


55 사이즈 치마를 사면 항상 허리가 남아서 치마가 돌아가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원피스를 입어도 잘록한 허리 덕분에 멋이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왜 이렇게 날씬하냐며 엄청나게 부러워했었지. 나 그때 진짜 행복했구나. 오늘도 불룩 튀어나온 내 뱃살을 더듬으며 다짐한다. 올봄, 나 꼭 살 빼서 이 청치마 입고 놀러 가고 말겠어. 행복은 옷빨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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