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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글쓰기가 부지런한 사랑이 될 수 있을까?

내가 글쓰기를 멈출 수 없는 이유

by 사차원 그녀

중 1인 딸아이는 글쓰기 동아리에 들었다고 했다. 그때 쫀드기 선생님과 시 쓰기 수업에 함께 가자고 했을 때 단호하게 거절해서 글쓰기에 별 흥미가 없는 줄 알았다. 근데 자진해서 글쓰기 동아리에 들어갔다니 웬일인가 싶었다. 동아리 이름은 <수요일의 작가들>이란다. 정말 신선하지 못하다. 동아리는 매주 수요일마다 하는 모양인데, 수요일마다 행사가 많아서 몇 번 활동 못했다.


지난달은 선생님께서 이슬아 작가의 <부지런한 사랑> 이야기를 해주셨다고 했다. 그러고는 아이들에게 자기 경험을 담은 글을 쓰라고 했단다. 딸아이는 엄마 이야기를 썼다며 이야기했고, 나는 빨리 보여달라고 보챘다. 근데 동아리 시간에 쓴 글은 꼭 담당 선생님(국어 선생님)이 가져가서 댓글을 남기고, 한 주 후에 돌려준다고 했다. 그 사이 학교 행사에 아이들 소풍도 있었고, 지난주는 국어 선생님이 출장을 가시는 바람에, 딸아이 글을 영접하기 위해 꼬박 한 달 넘게 기다렸다. 솔직히 내 욕을 썼을까 봐 조금 걱정이 되기도 했다.


삑삑. 현관문 소리. 학원을 다녀온 딸아이가 선물이 있다며 날 찾았다.

“뭔데?”

“엄마가 기다리던 거. 줄까? 말까?”

“아, 수요일이구나. 글 쓴 거 가져왔니? 너 어버이날도 편지 안 써줬잖아. 이걸로 퉁치자.”

“여기”

딸아이 글 수정.jpg



딸아이 글을 읽은 나는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딸아이 글도 멋있었지만, 국어 선생님이 밑에 써주신 글 때문이었다.


<선생님의 댓글>

00아, 엄마와의 일화를 토대로 이렇게 멋진 글을 썼었다니...!

깜짝 놀랐어~ 매일 글을 쓰시는 어머니를 보며 자라온 00 이의 환경도 좋고,

엄마의 글 안에 가족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는 문장도 참 따뜻하네^^

글을 쓸 때 자세히, 구체적으로 쓰는 건 아주 중요해. 00 이의 이번 글은

00 이의 생활이 자연스럽게 그려질 만큼 자세해서 아주 좋았어. ㅎㅎ

가족의 크고 작은 사소한 대화나 행동까지 글 속에 담아내시는 어머니는

매일 가족에 대한, 00 이에 대한, 남편에 대한 부지런한 사랑을

실천하고 계시는 것 아닐까~?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이유, 가족에 대한, 우리 반 아이들에 대한, 학교에 대한 부지런한 사랑 때문이다. 구독자 수도 시원찮고, 남들처럼 책 한 권 못 내는 작가지만 나는 부지런한 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자랑스러운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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