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게 살을 빼 보겠습니다.
바쁜 3월이 지나도 살이 1도 빠지지 않았다. 살 빼서 입겠다던 그 청치마는 입지도 못하고 장롱에 그대로 있다. 4월에는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저녁 먹고 1시간씩 산책을 했다. 저녁 8시 이후에는 금식하고, 1시간씩 산책하고, 아침에는 샐러드와 과일만 먹었다. 그래서 금방 살이 빠질 줄 알았는데 저울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아! 살면서 처음으로 체중계도 사봤다.
왜 살이 빠지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남편에게 하소연하니, 걷는 것은 운동이 아니란다. 산책 1시간 가지고 절대 살 못 뺄 거라고 그랬다. 그러면서 달리기 하라고 했다. 그래? 일단 체력이 바닥인 나는 걸으면서 조금씩 뛰기를 반복했다. 하루는 욕심껏 속도를 올려 달렸더니 다음날 발바닥이 아팠다. 동네 정형외과에 갔더니 X-레이 상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사는 나에게 말했다. ‘그래서 운동은 젊을 때 하는 거라고!’ 우 씨, 생각할수록 기분이 나빠서 물리치료를 안 갔다. 그러고는 집 앞 한의원에 가서 침 맞고 충격파 치료하고, 부항 뜨고 회복하는 데 거의 10일을 보냈다. 여기서 포기하고 싶었다. 발도 아프고, 마음도 아프고. 날 진료한 정형외과 의사는 최소 60이 넘은 할아버지였다.
하루는 쇼핑하러 갔던 남편이 내 신발을 사 왔다. 러닝화! 내 사이즈도 몰라서 1 치수 크게 사 왔지만, 신어 보니 내 운동화보다 폭신폭신하고 좋았다. 이번에도 발이 아프면 또 중간에 운동을 멈춰야 할 것 같아서 일주일 정도는 걷는 것도 뛰는 것도 아닌 속도로 운동을 했다. 내 생각에 킬로미터당 9분 정도의 속도로 말이다. 일주일 정도 워밍업 단계를 거치고 이제 조금씩 운동량과 강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첫 주에는 2킬로미터를 뛰고 그다음 주에는 2.5킬로미터를 뛰었다. 이번 주에는 3킬로미터씩 뛰었는데 어제는 기분이 좋아서 4킬로미터 가까이 뛰었다.
남편은 수요일 저녁마다 무료 마라톤 수업에 나가서 그 사람들과 10킬로미터 정도를 뛰고 돌아온다. 그러면서 나에게 마라톤 기록 재는 휴대전화 앱도 알려주고 휴대전화 넣을 수 있는 가방도 사주었다. 그리고 어제는 집으로 이상한 택배가 도착했다. 아미노포텐. 이걸 마시고 운동을 하면 뭐 에너지가 팍 올라가서 기록이 잘 나올 거라나 뭐라나. 한 번 먹어보라 했는데 거절했다. 뭔가 정정당당하게 달리기를 해야 하는데 이걸 먹고 기록을 당기면 도핑테스트에 걸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생각은 벌써 42.195km를 완주한 마라톤 선수이지만, 내 꿈은 소박하다. 가을에 사천 노을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소박하게 5km에 출전할 것이다. km당 8분을 찍어서 40분 안에 들어오는 게 목표다. 낮에 달리는 것도 좋지만, 멋진 노을을 보며 달리는 기분은 아마 환상적이겠지! 엄청나게 기대가 된다.
그리고 기쁜 소식이 있다. 드디어 3달 만에 몸무게 700g 정도를 뺐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달리기 하고 2주 만인 것 같다. 요즘 날씨가 좋아서 저녁에 달리기 하는 맛이 난다. 내가 달리기를 하는 코스에서는 예쁜 꽃도 볼 수 있고, 고양이도 볼 수 있고, 공부하는 고등학생도 볼 수 있고, 풋살장도 볼 수 있고, 강도 볼 수 있다. 내 코를 스치는 꽃향기(아마 아카시아)와 간질간질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나도 하니처럼 달리기를 멈출 수 없을 것 같다.
아직 내가 정한 목표 몸무게에 도달하기까지 3킬로그램 가까이 감량을 해야 하지만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몇 주간의 달리기를 통해 숨쉬기 운동만으로 건강하게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운동이 건강의 필수 조건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요즘 아픈 아버지를 보며 내가 아프지 않은 것이 나의 자식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건강은 건강할 때 챙기는 것이 맞다. 이걸 더 늦게 깨닫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