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회복 소비쿠폰
1차 민생회복 지원금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1인 15만 원을 지급하였다. 하지만 비수도권지역에 사는 나는 18만 원을 받았고, 농어촌인구감소지역에 사는 언니와 부모님은 20만 원을 받았다.
내가 구독 중인 김마통 TV에 민생지원금 탕진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영상이 올라온 건 8월 24일이었다. 김마통 삼촌(?). 나보다 나이 많으니까 일단 삼촌이라고 부른다. 아무튼 김마통 삼촌은 귀여운 아들 몫까지 30만 원의 지원금을 받게 된다. 그의 친구 배현호 삼촌과 근처 재래시장을 찾는다. 수육 고기와 야채를 싹쓸이한다. 그리고 다음 코스는 할인마트다. 국수와 뽀로로 보리차, 부식 거리를 장만한다. 마지막으로 횟집을 방문해 45,000원짜리 회를 포장한다. 그가 쓴 돈은 10만 원가량. 그리고 그는 말한다. 남은 돈은 우리 진현이 거. 흥청망청 백수로 살던 그가 이제 곧 두 아이의 아빠가 된다. 그리고 제목과 다르게 아빠는 민생지원금을 탕진하지 않는다.
나는 비플페이앱으로 민생회복 지원금을 신청하고 지역사랑상품권을 받았다. 여름방학 전에 지원금을 받아 방학 동안 야무지게 지원금을 사용했다. 일단 난 유튜브 채널이 없으니까 날짜별로 사용내역을 읊어보도록 하겠다. 7월 26일 토요일 저녁 진주문고에 책을 사러 갔다. 딸은 영어문제집 1권과 전태일평전(조영래지음)을 골랐고 나는 지인이 추천해 준 찬란한 멸종(이정모지음)을 사며 51,000원을 지급했다. 그리고 기분이 좋았던 우리는 횡단보도 건너 커피숍에 가서 1인 1 팥빙수를 시켜 먹으며 12,900원을 썼다. 안타깝게도 딸과 나는 아직도 책을 1장도 읽지 못했다. 아니 읽지 않았다. (그럼 책을 왜 샀을까...)
올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남은 지원금의 대부분은 식비로 사용했다. 7월 30일 냉면 먹으러 가서 42,000원 쓰고, 다음날 식당에 가서 저녁으로 먹게 소고깃국을 포장하며 또 20,000원을 썼다. 한참 지나서 8월 11일에는 집 앞 반찬가게에서 반찬을 17,000원 치나 사 왔다.
그 사이 나는 통영으로 휴가를 다녀왔고, 전현무계획 진주 편을 보게 된다. 대부분 내가 가본 식당이었고 마지막으로 나왔던 냉면집은 가본 적이 없었다. 딸아이는 일찍 개학을 했고, 아들을 꼬셔 냉면을 먹으러 갔다. 화면에서 전현무가 워낙 리액션이 좋아서 엄청 기대하고 갔는데 입이 평범한 나는 별 차이를 못 느꼈다. 홀은 좁고, 사람은 만석이고, 여유 있게 식사할 형편이 아니었다. 냉면 2그릇에 27,000원이나 지출하고 마음이 허했다.
수학이 빠른 이는 내 글을 읽으며 돈계산을 했을 터이다. 역시 대단하다. 나는 169,900원을 썼다. 남은 돈은 10,100원이다. 뭘 사기에도 애매한 금액이다. 그렇다고 당분간 없어지지도 않을 테니 신경 안 쓰고 내버려 두었다.
8월 말 문형배 재판관님의 북토크 소식을 전해 듣고, 딸과 함께 신청했다. 그리고 얼마 후, 북토크 가는데 미리 책은 읽어야 할 것 같아서 진주문고에 갔다. 책 값은 18,800원이었다. 10,100원을 결제하고 남은 돈은 카드로 또 결제했다. 의도치 않게 1차 지원금으로 책을 엄청 샀다.
그리고 오늘은 고대하던 문형배 작가님 북토크에 갔다. 입구에서 작가 사인본 책을 팔고 있었는데 딸아이가 자기는 책이 없다며 1권 사달라고 해서 또 1권 샀다. 너 책 수집하는 병 있니? 화면으로만 보던 문형배 작가님을 실물로 보다니 감격스러웠다. 그리고 2시간 내내 유머러스하고 간결하게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를 풀어주셔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초반에 집중하던 딸아이는 작가님의 목소리가 자장가처럼 들린다며 잠을 자기도 했다.
그래서 1차 지원금은 다 썼고, 다음 주 화요일이면 나는 2차 민생회복 지원금을 신청한다. 2차 지원금으로는 좀 더 의미 있는 소비를 하고 싶다. 1차 때 본인 지원금으로 커피 사서 소방서에 경찰서에 배달하신 분들 진짜 감동이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데 10만 원으로 100만 원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이벤트를 기획해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