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하고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들
우리 반 아이가 쇄골 골절 수술을 하고 한 달 만에 학교에 돌아왔습니다. 이번 주 화요일이 첫 등교였습니다. 아직 보조기(?)로 왼팔을 감싸고 있으며, 2주 정도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말을 어머니께 전해 들었습니다. 오른손은 괜찮지만, 혹시 식판을 들고 가다가 쏟을까 염려가 되어 1인 1역 매니저인 학생에게 1주일 정도만 식판을 대신 받아주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수요일부터 독감으로 등교를 하지 못하는 바람에 어제오늘 다른 여자아이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오늘 점심을 먹고 교실에 왔더니 대뜸 그 여자아이가 하는 말이 “선생님, OO이가 자기 혼자 식판 들고 갈 수 있대요. 내일부터 그냥 본인이 하라고 하면 안 될까요?”였습니다. 저는 “어....... 선생님이 이번 주만 지켜보고 다음 주에 혼자 할 수 있는지 다시 물어볼게.”라고 대답했습니다. 내일은 당연히 저는 다른 학생에게 그 역할을 시킬 겁니다. 같은 반 친구에게 이 정도의 친절과 배려도 할 수 없는 그 학생의 속 좁은 마음에 오늘은 조금 실망을 했습니다.
퇴근을 하고 집에 왔습니다. 식탁 아래에 웬 네모난 물건이 있길래 아들이 자주 받아오던 학원 전단지(가끔 핫팩이나 사탕을 끼워주기도 한다)인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버리려고 주웠죠. '아, 뭐야! 쓰레기봉투네.' 가까이 보니 종이에 빼곡하게 글씨가 쓰여있었습니다. 아들을 불러 이거 어디서 났냐고 물었더니 학원 마치고 오니 집 현관문 앞에 놓여있었다고 했습니다. 편지를 쓴 사람은 아래층 예비 입주민이었습니다. 사실 실내 공사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신고만 하면 되는 것이고, 우리 집이 위층이긴 하지만 바로 윗집도 아니며, 우리 가족은 모두 낮에 집에 없기 때문에 공사를 하는지도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는 일입니다. 그런데 마음이 쓰여 이렇게 편지에 선물까지 보내온 예비 입주민의 마음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아들을 불러서 "이런 좋은 이웃도 있다"며, 본받으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쓰레기봉투 옆에는 또 다른 선물, 키친타월 꾸러미도 같이 놓여 있었습니다. 아래층으로 이사 오는 이웃이 너무나도 궁금합니다. 신혼부부라면 그들 부부의 자녀 교육은 걱정이 없겠고요. 만약 자녀가 있는 가구라면 그 집 자녀들은 분명 인성이 훌륭할 듯합니다. 곧 이웃을 엘리베이터에서 만나게 된다면 반갑게 인사를 나눌게요. “이런 편지와 선물은 처음 받아봅니다. 혹시 궁금한 거 있으시면 물어보세요. 저도 좋은 이웃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내 최애 유튜브 김마통. 어제 영상에서 저는 또 한 번 감탄하고야 말았습니다. 일단 김마통 김기영 씨의 최신 근황을 이야기하자면, 둘째가 11월 중순에 태어났고, 허리 디스크로 고생 중이며 둘째 아이의 이름을 고민 중입니다. 어제 영상은 청양(김마통네 시골집, 예전에 할머니가 사시던 집)으로 내려간 김마통 씨와 배현호 씨와 그의 친구가 김마통 부모님과 함께 새우, 가리비, 굴 등과 저녁 식사를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아! 첫째 아들도 동반한 상태였고, 아내는 둘째 출산 후 조리원으로 이동한 뒤였습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식사를 하면서 소주가 빠지지 않았습니다. 김마통 부모님은 70이 넘으셨는데 두 분 다 아주 소주를 잘 드시는 게 참으로 신기할 따름입니다. 이야기 중에 며느리가 둘째를 임신하고 나서는 2주에 한 번 꼴로 며느리만 집에 남겨두고 김마통, 첫째 아들, 부모님만 청양으로 내려와서 시간을 보냈다고 합니다. 이유는 며느리 혼자 하루 정도 푹 쉬게 해 주려고 말입니다. 옆에 있는 친구들이 이 이야기를 듣고 시부모님을 칭찬하자 어머니께서 명언을 남겨주셨습니다. "서로 이해하면 되는 거야! "
결국 삶의 모든 순간은 '상대방의 신발을 신어보는' 공감의 순간이었습니다. 식판을 혼자 들겠다는 친구의 작은 외침 뒤에 숨은 자존심과 불편함을 더 깊이 헤아리고, 예비 이웃의 정성 어린 배려에 진심으로 화답하며, '이해하면 된다'는 어머님의 명언을 가슴에 새깁니다. 나 또한 주변을 먼저 돌아보고, 타인의 어려움을 내 일처럼 생각하는 따뜻하고 훌륭한 이웃이자 선생님, 그리고 사회 구성원이 되기로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