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호기심은 몇 살에 멈추는 거죠?
제 아내는 여러분이 알다시피 상당히 이상합니다. 하루 걸러 하루 ‘이놈의 학교 내가 때려치우고 만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게 벌써 13년째입니다. 제가 사장이 된 이후부터 아내는 더더욱 저의 일에 호기심을 보입니다. 그러고는 아르바이트생이 2개월 만에 퇴사를 한 이후부터는 노골적으로 자기를 스카우트하라며 압박을 가합니다. 하지만 제 아내는 하루에도 열두 번 마음이 바뀌는 사람이기 때문에 믿을 수가 없습니다.
하루는 묻습니다.
“여보 엔진오일 정도는 나도 충분히 갈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장난하냐? 가장 간단하면서 가장 어려운 게 엔진오일 교환 작업이야. 차마다 들어가는 용량도 다르고, 들어가는 오일도 다르고 가는 방법도 다르거든.”
“내가 엔진오일 가는 거 배우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빠르면 6개월, 느리면 1년 정도. 하지만 모든 건 개인의 역량에 달렸지. ”
“나 사표 쓰면 당신한테 기술 배울 거야. 나 생각보다 똑똑해.”
“제발요. 꿈도 꾸지 마세요.”
겨울 방학이었습니다. 아내 차에 점화플러그와 점화코일을 교체하려는 작업을 하기 위해 부속품을 배달시켰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가 차를 몰고 가게로 왔습니다. 저번에 자신이 해보겠다고 한 말이 떠올랐던 저는 아내에게 목장갑을 끼게 했습니다. 처음에는 당황하더니 아내는 생각보다 수월하게 작업을 이어 나갔습니다. 아내는 저의 어시스트를 받아 전동드라이버로 점화코일을 풀고 난 뒤, 플러그를 렌치로 하나하나씩 풀었습니다. 그러고는 자신의 점화플러그와 점화코일이 얼마나 낡았는지 확인한 뒤, 새로운 점화코일과 점화플러그를 끼워 넣었습니다. 십여 분의 시간이 흘러 작업은 마무리되었습니다. 분명 못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아내는 차분히 작업을 이어나갔고 이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라며 으스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조만간 브레이크 패드도 본인이 갈아보겠다며 공언했습니다.
지난 주말 아내와 함께 외곽으로 드라이브를 나가 커피숍에 갔습니다. 커피가 싫은 저는 천혜향 감귤 착즙 주스, 할머니 입맛 아내는 생강차를 시켰습니다. 2층에서 호수를 내려다보며 이야기하던 중 아내가 1층 주차장으로 들어오는 차를 보며 중얼거리기 시작했습니다.
“뭐라고 혼자 중얼거리는 거야?”
“당신 차 옆에 지금 주차하는 차 그랜저 맞지?”
“오! 어떻게 앞모습만 보고 한 번에 맞춰. 대단하다.”
“잘 봐. 그 옆에 차는 소나타. 그 옆에 큰 거는 카니발.”
“잠깐, 지금 들어오는 차 맞출 수 있어?”
“모하비?”
“와 어떻게 다 맞춰? 당신 영재발굴단 나가야 하는 거 아니야?”
“어이구. 토요일마다 당신 가게에서 차를 보잖아. 그리고 나는 늙어서 영재 아님.”
“근데, 저기 밑에 미니 쿠페 2대는 왜 안 가고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가 트렁크를 열고 난리 블루스를 하는 거야?”
“아마. 동호회 사람들일걸. 정보 교류 중. 네 차가 좋니. 내 차가 좋니. 서로 튜닝한 거 자랑하는 거 같은데?”
“대단하다. 주말에 남자 둘이 만나서 저러고 있다니. T.T”
카페에 앉아 있는 1시간 동안 아내와 저는 자동차 이름 맞추기 놀이를 계속했습니다. 정답률은 85퍼센트. 서당 개 3년이면 풍월도 읊는다고 아내가 그동안 제 가게에서 차를 많이 보긴 봤나 봅니다. 아직 외제 차는 잘 못 맞추는 걸 보니 조금 더 노력해야 할 것 같군요. 이러다가 아내가 자동차 판매사원 한다고 나설까 봐 살짝 두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