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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차원 그녀 Aug 28. 2023

7. 이혼할 또 한 번의 기회를 놓쳤습니다.

일상이 시트콤.

  토요일 이른 아침 세탁기가 돌아가고 있습니다. 

“여보, 세탁기에 내 옷 다 돌아가면 좀 있다 건조기 돌려줘.”

“그래, 잘 다녀와.” 

남편은 사소한 부탁을 남기고 출근을 했습니다.    

  

  잠시 후, 세탁기에서 경쾌한 노랫소리가 흘러나옵니다. 띠리리리리. 빨래를 꺼내러 갑니다. 문을 열고 세탁물을 2층 건조기로 옮깁니다. 어라! 이거 여자 손톱 아니야? 세탁물 사이에서 인조 손톱이 1개 발견되었습니다. 저는 엄마보다 뷰티용품에 관심이 많은 저희 딸에게 한번 물어보았습니다. 

“이**, 너 혹시 네일 하는 재료 이런 거 산적 있어?”

“아닌데, 그런 거 산적 없어, 내 것 아니야!”     


  제 것 아니냐고요. 저는 태어나서 한 번도 네일숍에 가거나 인조 손톱을 붙여 본 적이 없습니다. 손톱도 약한 편이고, 손톱은 길면 또 잘라버려야 하는데 돈 아깝다는 생각은 늘 하고 있습니다. 어제저녁에도 빨래를 돌렸습니다. 백 퍼센트 남편 옷에서 나왔다고 확신도 못 하겠네요. 글쎄요. 도대체 이 물건은 어디서 나온 거며, 어느 여자의 손톱일까요?      


  저의 의심병이 발동하기 시작합니다. 이번 주에 남편은 이틀이나 야근을 했고, 이른 아침부터 증거를 없애기 위해 본인 손으로 세탁기를 돌린다. 혹시. 내가 생각하는 사랑과 전쟁에 나오던 그런 일이 일어난 건 아니겠지요?      


  다른 일정이 있었으므로, 잠시 불길한 손톱을 잊고 볼일을 다녀옵니다. 오후 6시가 넘어 마트에 가는 차 안에서 남편을 슬 떠봅니다. 

“여보, 가게에 여자 손님들 말이지, 손톱 화려하게 한 손님들도 많이 와?”

“차 고치러 오는 손님 중에 네일 한 사람 거의 못 봤는데, 대부분 남편이 차 가져와.”

“그래. 근데 오늘 아침에 세탁기에서 이상한 게 나왔어. 여자 손톱?”

“그게 왜? **이 거 아닌가?”

“아니래, 갑자기 출근 전부터 세탁기를 돌리고 말이지? 수상해.”

“어젯밤에 풋살 갔다 온 냄새나는 옷이랑, 바구니에 쌓여있던 작업복 돌렸거든. 왜 내가 의심스럽나, 잘생긴 이 오빠가 밖에 나가서 여자라도 만났나 싶어 걱정이 되나 보지.”

“헐! 또 헛소리하네. 암튼 조심해라. 잡히면 무조건 이혼에 애들도 다 내가 데려간다.”

“얼씨구, 그러시든지.”

아니라고 딱 잡아뗍니다. 테이블에 올려놓은 저 손톱은 과연 누구의 것일까요?     


  범인은 잡지 못하고, 늦은 저녁을 차립니다. 소파에 앉아 손톱을 자세히 관찰하던 딸아이가 경쾌하게 말을 겁니다. 

“엄마, 있잖아. 이거 내가 2~3달 전에 다이소에서 산 거 같은데, 그때 내가 유튜브 보면서 타닥타닥 소리 내는 게 신기해서 따라 해 보려고 샀어.”

“뭐라는 거야. 왜 아까는 아니라고 했어?”

“그때 내가 안경을 안 써서 잘 안 보였어. 엄마 미안해.”     


  어이없지만 이 손톱은 호기심 많은 저희 딸 거였네요. 아! 이 남자와 이혼할 또 한 번의 기회를 놓쳤습니다.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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