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릴 때면 나는 배를 띄운다
비 오는 날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Nov 5. 2023
오늘처럼
비가 오는 날이면,
세상은
마치
옛이야기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문을 열어젖히는
듯하다.
빗방울이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소리는
시간을 거슬러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가게 하는
마법의 주문과도
같다.
어린
시절,
비 오는 날이면
빗물이 모여 만든 작은 웅덩이가
내 눈에는
거대한 바다처럼
느껴졌다.
그 속에서
작은
배를
띄우곤 했다.
그 배는
단지
견과류의
껍질이었을지라도,
나에겐
꿈과
모험을 싣고 떠나는
배였다.
낙숫물 소리는
그저
물방울이 지붕을 때리는
단순한 소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았다.
소리의 리듬에
귀 기울일 때마다,
나는
그 작은 배와 함께
흘러가 발견하게 될 신비로운
세계들에 대해
상상에
잠겼다.
배는
물길을 따라 흘러가며
나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푸른 숲을
지나,
신비한 동물들이 살고 있는
미지의 땅을
탐험하는 꿈을 꾸곤
했다.
이제는
커서
그 배모양의 견과류 껍질을 보며
흐뭇한 미소만 지을
뿐이다.
그런데도
빗소리를 들을 때면,
여전히
그 시절로 돌아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동심을 느낄 수
있다.
비 오는 날의
낙숫물 소리는 시간을 넘어선
연결고리이며,
어린 시절의 순수했던 꿈과
기억을
되살려주는 촉매제다.
비 오는 날,
낙숫물 소리를 들으며
잠시나마
분주한 일상에서 벗어나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보자.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면,
어쩌면
우리 모두가 잊고 있었던
소중한 추억과
순수한 마음을 다시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소리가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기를,
그 작은 배가
먼바다로 떠나듯,
우리의 마음도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자유로운 꿈을 꾸게 되기를
소망한다.
ㅡ
지금도
비가
내릴 때면
봉당에
떠어지는 빗물에
사랑의
배를 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