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Nov 10. 2023
겨울이 깊어가는
남대문 뒷골목이다.
서늘한 바람이
골목 사이를 비집고 스쳐
지나간다.
한적한 골목길에선
80세 노인이
작은 노점상을 운영하고
있다.
그의 노점은
작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곳이다.
노인은
까만 두꺼운 벙거지 모자를 쓰고,
두터운 코트를
입고 있지만,
그의 눈빛은
추위를 이겨내는 듯
빛나고 있다.
손님이
없을 때,
노인은
영자 신문을 꺼내 들고,
사전을 펼쳐
놓는다.
그의 손에는
낡은 돋보기가 들려 있다.
신문의 글자를
하나하나 따라가며,
낯선 단어들을
사전에서 찾아본다.
이러한 모습은
무언가를 배우려는
그의 끊임없는 열정을
보여준다.
노인은
늘
말이 없다.
조심스레
말을 건넨다.
"어르신, 한국 신문도 있는데
왜, 유독 영자신문을 보시나요?"
한동안을
신문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다가
어렵게
입을 연다.
"젊은이,
그것이 궁금한가?
나는 시골에서 자라
공부를 제대로 못했네.
형편이 좋은 친구들은 서울로
유학해
공부들을 했지만,
나는 소학교만 마치고
14살에 무작정 상경하여
노동판을 전전했네.
십수 년 전
비로소
이곳에 자리를 잡았네,
틈이 날 때마다
조금씩
영어를 공부해 왔다네"
긴 호흡으로
말씀을 버겁게 이어간다.
"꼭 영어로 된 신문을 읽고
싶었다네.
해서
힘들지만
영어사전에 기대어
몇 글자씩 읽고 있다네"
그는 자신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꿈을 좇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젊은이여, 배움에는 끝이 없는 것 아닌가?
내 나이에도
새로운 것을 배우는 건 흥미롭지."
그의 말에는
지혜와 경험이 담겨 있다.
이 노인을 보며,
나는 닮고 싶은 인생의 모습을
발견한다.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열정과,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태도.
겨울 추위 속에서도,
그의 노점은
따뜻한 휴머니즘의 온기로
가득하다.
노인과의 대화를
마치고 나서,
나는
그의 삶에서 얻은 교훈을
되새긴다.
인생은
계속해서 배움의
여정이며,
나이는
그 여정에서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
그의 삶은
겨울의 차가운 바람 속에서도
희망과 온기를 전하는
촛불과 같다.
ㅡ
나는
우리나라 문학을
공부했다는
이유
하나로
영어를
당당히
금기시해온
삶에
순간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