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가는 꽃과 나무 사러 왔습니다
사랑과 관심이 생명을 살린다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l 14. 2023
나는 가끔 화원을 찾는다.
보통
사람들이 구입하는 것과는
좀 다르다.
나는 화원에 가면 예쁜 꽃과 나무는 사지 않는다.
오히려
화원 구석에 버려진 꽃과 나무,
시들어 말라죽기 직전의 것들을 찾아 구입한다.
이에
화원 주인은 화분 값만 받고
그냥
주기도 한다.
우리 집 발코니는 그런 못생긴 꽃들로 가득 차 있다.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무슨 가치가 있겠느냐'라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나에게는 의미와 가치가 있다.
이를 키우는 과정에 흥미를 느낀다.
어찌 보면
흥미롭지 않을 수도 있다.
훌륭한 상품을
사가지고 와서 키우는 것은
분명 즐겁고,
쉽다.
허나
나에겐 그것보다 더 큰 가치와 즐거움이 있다.
거의 죽어가는 것,
모양새가 볼품없는 것에 정성을 들여 키우는 것,
그것이 나의 즐거움이다.
그것이 잘 자라서
죽어가던 것에서 싹이 돋고
꽃을 피울 때,
그 희열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다.
이는
비단,
꽃과 나무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에게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사회에
형편이 어렵고. 소외받은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우리의 사랑과 관심을 필요로 한다.
그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갖고 사랑을 주는 것,
그것이
바로
나의 교육적 가치이다.
그들이 조금씩 변해가는 것을 보며,
그 속에서 새로운 희망의
꽃이 피어나는 것을 보는 것,
그것이
바로
나의 행복이다.
버려진 꽃이나 나무를 키우는 것,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주는 것,
이 두 가지는
크게 다르지 않다.
모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한 사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그 한 사람이
그 꽃이나 그 나무,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
그것은
곧
세상을 바꾸는 힘을 가지게 된다.
그 사랑이 그것을 부활시키기 때문이다.
사랑과 관심이라는
작은 물방울이
죽어가는 생명에게
새 생명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것은
결국
나 자신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나의 삶의 가치,
나의 삶의 방식이다.
잊힌 생명에게 새 생명을 부여하고,
그것을 통해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바로
나의 삶의 목표이다.
이러한 것들이 모여 하나의 세상을 이루는 것이 아닐까?
그런 세상을 꿈꾸며,
나는 오늘도 화원을 찾아간다.
다시 한 번,
새로운 생명을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