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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Dec 12. 2023

겨울비는 나를 반긴다

겨울비






어제

하루 종일

겨울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싫지 않았다.










네가 보고 싶어서,

추운 겨울이 지나기 전에

꼭 한 번은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비가 되어 너에게 왔단다.

사실,

네게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얀 눈으로

깨끗하게 몸단장을 하고

오려했지만,


쌓인 눈이

너를 불편하게 할까 봐,

널 생각해서

민낯 얼굴 그대로

내달려왔단다.

너와 나의 이야기는

겨울의 첫 자락에서 

시작된다.


차가운 바람이

우리의 마음을 스치듯,

너의 기억은

나의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스며들었다.


너를 처음 본 순간부터

내 마음속에 쌓인 그리움은

눈처럼 하얗고

순수했다.


그리움만큼이나

쓸쓸한

겨울처럼,

너와의 거리는 멀기만

했다.

하여

나는 너에게 다가가기로

결심했다.


너에게 보여줄

내 모습을 고민하다가,

봄비처럼

따스하고 부드러운 모습으로

찾아가기로 했다.


눈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비처럼 조용하고

진솔한 내 모습을 네게 보여주고

싶었다.

네 앞에 서니,

모든 말이 무색해졌다.

너는 내가 아무리 준비해도

결코

담아낼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었다.


네가 있는 그곳이,

내가 서 있는 이곳이,

모든 것이 빛나는 것만 같았다.


너와의 대화는

겨울바람 속에 피어나는

봄의 첫 꽃처럼,


조심스럽고도

소중했다.

비가 되어

너에게 간 나는,


너와의 만남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사랑은

때로는 눈처럼 화려하게

표현되지 않아도 되고,


비처럼

조용히 그리움을 전해도

충분하다는 것을.


너와의 만남은

내게 겨울의 추위를 녹이는

봄날의 따스함과도

같았다.

너를 다시 만나기 전에,

나는 또 다른 계절을 거쳐가야

하겠지만,


너에 대한 그리움은

항상 내 마음속에 머물 것이다.

비가 되어,

눈이 되어,


아니면

봄바람이 되어,


나는

다시

너에게 갈 것이다.


너와 나,

우리의 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다.


봄이

오기 전,


겨울이

가기 전에,


반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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