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Dec 21. 2023
혹한의 연속된 날들은
마치
시간조차 얼어붙게 만들었다.
창밖을 바라보니,
아파트 정원은 하얀 눈으로 덮여
고요히
잠들어 있었다.
그 고요함 속에서
한 가지 불편한 장면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정원 한쪽 구석에서
까치 한 마리가 죽어 꽁꽁 얼어 있었고,
그 모습이
마치
겨울의 잔혹함을 상징하는
듯했다.
그 광경은
더욱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한 강아지가
그 까치를 발견하고는 물고 뜯으며
놀고 있었다.
자연의 섭리라 여길 수도 있지만,
생명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듯한 그 장면은 씁쓸한
여운을 남겼다.
이를 목격한
경비 아저씨는
단호한 발걸음으로 강아지를
쫓아내고는
조심스럽게 까치를 들었다.
그리고는
나무 밑 언 땅을 파기
시작했다.
아저씨의 손길은
조심스럽고도 정성이 담겨 있었다.
마치
그 작은 새에게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예의를
표하는 듯했다.
아저씨가
까치를 땅에 묻는 동안,
나는 창가에 기대서서 한동안을
지켜보았다.
이 장면은
어쩌면 이 겨울의 차가운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상의 장면들.
이 모든 것이
겨울의 정취 속에 스며들어
감동적인 수필의 한 장면이 되었다.
경비 아저씨가
일을 마치고 떠난 후,
정원은
다시
고요해졌다.
이제
그 고요함 속에는
하나의 작은 생명이 편안히
잠들어 있는 것 같아
조금은 따뜻해진 기분이었다.
이 겨울의 추위
속에서도,
작은 생명에 대한 존중과
사랑이라는 온기가
존재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작은 사건을 통해
나는
인간과 자연,
그리고
생명에 대한 깊은 사색에 잠겼다.
겨울이 주는
가혹함 속에서도,
작은 생명 하나하나가
소중히 여겨져야 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또한,
우리의 일상 속 작은 관심과 애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되새기게 되는 순간이었다.
혹한 속에도
생명의 따스함이 깃든 이 겨울날,
나는
새로운 깨달음과 함께
따뜻한 감성을 안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이 작은 사건은
내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며,
또 다른 겨울날에도
생각나는 소중한 기억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ㅡ
까치가
묻힌 곳을 지날 때마다
아저씨의
따뜻한 손길이
내
언 가슴을
녹인다.
나는
어느새
두 손을 가슴에 모아
그렇게
죽어간 까치를
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