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수 있지, 그럼 그럴 수 있고 말고!
친구는 나의 스승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l 17. 2023
배주일 친구는
이주일 씨만큼
외모가 해학적이다.
그의
언어 또한
어눌하다.
그러나
그와 대화를 하면
누구나
행복해진다.
친구
배주일은 나의 스승이다.
ㅡ
'배주일'이라는 친구가 있다.
그는
시골 친구이다.
당시에
집안 형편이 어려워 초등학교만
졸업했다.
그것도 중간중간 멈추기도 해
동료인 우리들보다
졸업이
한 해
늦었다.
어찌 보면
후배가 된 셈이지만
우리는
동문회를
함께 한다.
그는
졸업 후
몇 해 정도는
부모님을 도와 농사를 지었다.
그 후
상경하여
다양한 일을 하다가
자동차 정비기술을 배웠다.
수십 년
갖은 고생 끝에
자수성가했다.
지금은
어엿한 정비공장 사장이 되어
아들이 대를 잇고 있다.
그야말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가
이렇게 성공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에게는 나름대로
비법이 있었다.
그것은
해학적으로 생긴 외모와
언어의 어눌함이다.
그중에서도
'언어의 품격'이 성공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
그는
외모가 이주일 씨처럼 해학적으로 생겼지만,
고객들은
오히려 이를 편안하게 여겼다.
또한
성격이 호탕하고 넉살이 좋아
고객들에게 늘 웃음을 준다.
지금도
이 친구가 자리를 비우고
아들 혼자
일을 할 때면
고객들은
꼭
아버지인 그를
찾는다.
이 친구와 함께 있는 것만도
마냥
좋아들 한다.
그런데
이 친구는 행동이 급한 데다가
말이 느려
항상 말을 더듬는다.
말을 하기 전에
행동이 먼저 나간다
그리하여
늘
말과 행동이 겹쳐 발음이 불분명하고,
더듬기 일쑤다.
차라리
'메모지에 적어서 의사를 전달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렇게 답답함에도
이 친구가 말만 하면
묘하게 기분이 좋아진다.
이유가 있다.
항상 이야기하는 과정마다
"그럴 수 있지, 맞아 그럴 수 있는 거지"
그리고 대화가 끝나면
꼭
"그래서 그랬구나, 아~ 이해할 수 있어"
라고 긍정적 태도를 취한다.
이 친구와 이야기하면
너무나 기분이 좋고 행복하다.
나는 언젠가부터
이 친구를 좋아하는 것을 넘어
'언어 스승'으로 삼고 있다.
해서
나는 카톡 메인에 ' 그럴 수 있어, 그래서 그랬구나'라는 말을
적어놓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서재 벽에도 '그럴 수 있다'를
정성스레 써서 붙여놓고 있다.
나는
그 말을 쓰면서
많은 변화가 생겼다.
어떠한 상대든 이해하게 되었고,
더 나아가
상대의 존중의식까지 갖게 되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말을 들은 상대가 나를 대하는 태도 역시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전과 달리
나에게 매우 공손한 태도를 취하는 사람도 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이 세상을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을
내 친구 배주일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요즘
나의 서재에 들르는 지인들은 제일 먼저
벽에 붙여 놓은 '그럴 수 있다'
글귀에 눈길을 준다
심지어
그것을 사진 찍어가며
자신도 그 말을 사용하겠다고 한다.
이 세상에는
많은 선생님이 있다.
내 친구
배주일은
나의 진정한
스승이다.
얼마 전부터
엔진 오일 체크등이
빨갛게 뜬다.
내 자동차도
그 친구가 보고 싶은 모양이다.
ㅡ
*
다음 글에는
말 한마디로 인해
40년 우정에 금이 간,
그야말로
독이 든 표현 사례를 소개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