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삼이는 축의금을 받지 않았다. 성대한 결혼식 뒤엔!
큰 아들은 그렇게 이혼했다.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l 19. 2023
못난
놈이
효도한다더니
ㅡ
만나기만 하면
아들 자랑하는 친구 *춘삼이
분명
형제를 두었는데
한 아들은 언급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에게는 아들 하나밖에 없는 줄 안다.
비교적
가까이하는
나도
둘째의 존재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큰 아들은
서울에 있는 제법 알려진
대학을 졸업한 후
대기업 기획실에 입사했다고
한턱낸 기억이 난다.
이번엔
며느리 자랑이다.
사내커플이란다.
대기업이니 며느리 될 자리도 당연히
대졸이었으리라.
그것도
이대란다.
그야말로
이대 나온 며느리를 얻었으니
기세등등하다.
덧붙여
그의 바깥사돈은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기업 회장으로
재력도 튼튼하단다.
그래서 그런지
결혼식도 워커힐 뒷동산,
잘 나가는 연예인들만이
독채 빌려한다는
바로
그곳에서 했다.
입구에
"축의금은 받지 않습니다.
결혼식에 참석해 주신 것만으로도
저희는 축복입니다"
은퇴 후에
애경사가 많아
늘
부조금이 문제이다.
이 어찌 된 일인가?
축의금을 받지 않다니!
.
처음 있는 일이다.
내가 평범한 소시민이어서인지
부조금은 그야말로
품앗이다.
축의금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사돈의 뜻이리라.
생각에,
자랑 많은
친구는
내심 따로 받고 싶었을 게다.
그의 아버님은
어릴 때
돌아가셨고,
십수 년 전에 어머님마저 돌아가셨다.
그에게는 아들 결혼식이 큰 행사이다.
모두 마찬가지이지만
그 역시 직장 생활 이후,
지금까지 평생 부조만 해왔다.
이제
받을 차례인데
사돈에 의해 받지 못했으니,
그 마음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해서
우리 친구들은
사석에서 봉투를 주었다.
마다하지 않았다.
다음 해
그 친구는
어떤 연유인지 몰라도
서울 방배동 부촌으로 이사를 갔다.
몇 년 후에
다른 친구 통해
들었다.
큰 아들이 이혼하여,
변두리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는
둘째 아들과
함께 있다고.
자식을 결혼시켜 본 사람들은
어느 정도는
예상했으리라.
어른들은 말했다.
결혼할 때는
'두 집안이 엇비슷해야 한다'라고
문득
얼마 전 이슈화 된
삼성가의 큰 딸 이혼 문제가
떠올랐다
다음에
만나면
둘째 아들 자랑을 하려나.
* 춘삼
나의 시골 친구다
그의 아버지는 고물상을 했다.
그 돈으로 땅을 샀다.
땅값 상승을 보지 못하고 아버지는 죽는다.
춘삼이는
중학교 졸업하고 이것저것 하다가
시골에 주저앉는다.
돈 떨어지면
천정부지로 오른
땅 팔아 떵떵거린다.
그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ㅡ
시
춘삼이는, 그렇게 허세에 무너졌다!
자랑이 심한
춘삼이의 꿈은
제법 알려진 대학을 졸업한 큰 아들에게
있었다
둘째는 형 그늘에 가렸다
첫아들의 결혼식
워커힐의 화려한 뒷동산
이대 출신 며느리의 세상을 밝히는 미소
금속과 종이 위에 흐르는 글자들
"축의금은 받지 않습니다. 저희는 축복입니다"
손님들의 굽이치는 눈
춘삼이의 자랑거리, 그러나 그는 웃지 않았다
일생을 갈아놓은 부조금, 그에게는 거부당했다
사돈의 세상, 그의 세상이 아닌
변두리의 둘째 아들
카센터를 통해 이루어진 일상
기다림 속에 성장한 땅
중학교 졸업 후 떵떵거리며
시골에 주저앉은 춘삼이
다음에 만나면
큰 아들의 이혼 뒤, 둘째 아들의 존재가
춘삼이의 새로운 자랑이 될지
어쩌면 그의 숨겨진 아픔이 될지
춘삼이, 나의 시골 친구
아버지의 땅은 아버지가 남긴 꿈
그런데, 아버지의 꿈은 춘삼이에게는 부담감
고물상의 돈으로 산 땅, 하지만 이제는 다 가버렸다
그의 이야기는
아득한 사회의 어둠과 희망을 동시에 담고
그의 꿈과 아픔을 비춘다
춘삼이, 나의 시골 친구
그의 꿈은 어디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