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삼이는 축의금을 받지 않았다. 성대한 결혼식 뒤엔!

큰 아들은 그렇게 이혼했다.




못난

놈이

효도한다더니






만나기만 하면

아들 자랑하는 친구 *춘삼이


분명

형제를 두었는데

한 아들은 언급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에게는 아들 하나밖에 없는 줄 안다.


비교적

가까이하는

나도

둘째의 존재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큰 아들은

서울에 있는 제법 알려진

대학을 졸업한 후

대기업 기획실에 입사했다고

한턱낸 기억이 난다.


이번엔

며느리 자랑이다.


사내커플이란다.

대기업이니 며느리 될 자리도 당연히

대졸이었으리라.


그것도

이대란다.

그야말로

이대 나온 며느리를 얻었으니

기세등등하다.


덧붙여

그의 바깥사돈은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기업 회장으로

재력도 튼튼하단다.


그래서 그런지

결혼식도 워커힐 뒷동산,

잘 나가는 연예인들만이

독채 빌려한다는

바로

그곳에서 했다.


입구에

"축의금은 받지 않습니다.

결혼식에 참석해 주신 것만으로도

저희는 축복입니다"


은퇴 후에

애경사가 많아

부조금이 문제이다.


이 어찌 된 일인가?

축의금을 받지 않다니!

.

처음 있는 일이다.

내가 평범한 소시민이어서인지

부조금은 그야말로

품앗이.

축의금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사돈의 뜻이리라.


생각에,


자랑 많은

친구는

내심 따로 받고 싶었을 게다.


그의 아버님은

어릴 때

돌아가셨고,

십수 년 전에 어머님마저 돌아가셨다.


그에게는 아들 결혼식이 큰 행사이다.

모두 마찬가지이지만

그 역시 직장 생활 이후,

지금까지 평생 부조만 해왔다.


이제

받을 차례인데

사돈에 의해 받지 못했으니,

그 마음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해서

우리 친구들은

사석에서 봉투를 주었다.

마다하지 않았다.


다음 해

그 친구는

어떤 연유인지 몰라도

서울 방배동 부촌으로 이사를 갔다.



몇 년 후에

다른 친구 통해

들었다.


큰 아들이 이혼하여,

변두리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는

둘째 아들과

함께 있다고.


자식을 결혼시켜 본 사람들은

어느 정도는

예상했으리라.


어른들은 말했다.


결혼할 때는

'두 집안이 엇비슷해야 한다'라고


문득

얼마 전 이슈화 된

삼성가의 큰 딸 이혼 문제가

떠올랐다


다음에

만나면

둘째 아들 자랑을 하려나.







* 춘삼

나의 시골 친구다

그의 아버지는 고물상을 했다.

그 돈으로 땅을 샀다.

땅값 상승을 보지 못하고 아버지는 죽는다.


춘삼이는

중학교 졸업하고 이것저것 하다가

시골에 주저앉는다.


돈 떨어지면

천정부지로 오른

땅 팔아 떵떵거린다.


그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춘삼이는, 그렇게 허세에 무너졌다!





자랑이 심한
춘삼이의 꿈은
제법 알려진 대학을 졸업한 큰 아들에게
있었다
둘째는 형 그늘에 가렸다


첫아들의 결혼식
워커힐의 화려한 뒷동산
이대 출신 며느리의 세상을 밝히는 미소
금속과 종이 위에 흐르는 글자들

"축의금은 받지 않습니다. 저희는 축복입니다"

손님들의 굽이치는 눈
춘삼이의 자랑거리, 그러나 그는 웃지 않았다
일생을 갈아놓은 부조금, 그에게는 거부당했다

사돈의 세상, 그의 세상이 아닌

변두리의 둘째 아들
카센터를 통해 이루어진 일상
기다림 속에 성장한 땅
중학교 졸업 후 떵떵거리며
시골에 주저앉은 춘삼이

다음에 만나면
큰 아들의 이혼 뒤, 둘째 아들의 존재가
춘삼이의 새로운 자랑이 될지
어쩌면 그의 숨겨진 아픔이 될지

춘삼이, 나의 시골 친구
아버지의 땅은 아버지가 남긴 꿈
그런데, 아버지의 꿈은 춘삼이에게는 부담감
고물상의 돈으로 산 땅, 하지만 이제는 다 가버렸다

그의 이야기는
아득한 사회의 어둠과 희망을 동시에 담고
그의 꿈과 아픔을 비춘다
춘삼이, 나의 시골 친구
그의 꿈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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