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는 그렇게 머리를 부딪혀 죽었다
노인은 살인자가 되었다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l 20. 2023
아침나절
산책을 마치면
일행들과
가끔
자판기 커피로 담소를 나누곤 한다.
한 분의 입담에
모두
물러 앉는다.
오늘도
그 기세
야심차다
"이야기 듣고
눈물 안 흘리면
냉혈이란다"
이를 두고
'원천봉쇄의 오류'라 하나!
ㅡ
어느 사형수가
어린 딸의 손목을 꼭 쥐고 울었다.
˝사랑하는 내 딸아
너를 혼자 이 세상에 남겨두고
내가 어떻게 죽는단 말이냐˝
딸은 흐느낀다.
˝아버지... 아버지...˝
마지막 면회시간이 다 되어
간수들에게
떠밀려 나가면서 울부짖는
소녀의 목소리가
한없이 애처롭다.
간수들의 가슴을 에어냈다.
소녀의 아버지는
다음날 아침 새벽 종소리가 울리면
그것을 신호로 하여
교수형을 받게 되어 있는 것이다.
소녀는 그날 저녁에
종지기 노인을 찾아갔다.
˝할아버지, 내일 아침
새벽종을 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종을 치시면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말아요.˝
˝할아버지
제발 우리 아버지를 살려주세요. 네˝
소녀는 할아버지에게 매달려 슬피 울었다.
˝얘야, 나도 어쩔 수가 없구나...
만약 내가 종을 안 치면 나까지도 살아
남을 수가 없단다˝
하면서 할아버지도 함께 흐느껴 울었다.
마침내
다음 날 새벽이 밝아왔다.
종지기 노인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종탑 밑으로 갔다.
줄을 힘껏 당기기 시작하였다.
이게 웬일인가?
아무리 힘차게 줄을 당겨보아도
종이 울리지 않았다.
있는 힘을 다하여 다시 잡아당겨도
여전히 종소리는 울리지 않았다.
그러자
사형집행관이 급히 뛰어왔다.
˝노인장 시간이 다 되었는데
왜 종을 울리지 않나요?
마을 사람들이 다 모여서
기다리고 있지 않소˝
독촉을 했다.
종지기 노인은 고개를 흔들며
˝글쎄 아무리 줄을 당겨도
종이 안 울립니다.˝
˝뭐요? 종이 안 울린다니?
그럴 리가 있나요?˝
집행관은
자기가 직접
줄을 힘껏 당겨보았다.
종은 여전히 울리지 않았다.
˝노인장!
어서 빨리 종탑 위로 올라가 봅시다.˝
두 사람은
계단을 밟아
급히
종탑 위로 올라가 보았다.
두 사람은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종의 추에는 가엾게도
피투성이가 되어
죽어있는 소녀 하나가 매달려
자기 몸이 종에 부딪혀
소리가 나지 않도록 했던 것이다.
종지기 노인이 살인자가 된 셈이다.
그날
나라에서는
아버지의 목숨을 대신해서
죽은 이 소녀의 지극한 효성에 감동하여
그 사형수 형벌을 면해 주었다.
피투성이가 된
어린 딸을 부둥켜안고
슬피 우는 그 아버지의
처절한 모습은
보는 사람 모두를
함께 울지 않을 수 없게 하였다.
그 슬픔은 끝나지 않았다.
아버지의 목숨은 구해졌지만,
그 아버지의 슬픔은 더욱 깊어졌다.
그는 사랑하는 딸의 목숨을 대신하여
바다를 선택했다.
ㅡ
그 아이의 희생은 그 아이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꾸었다.
그것은 사랑의 힘,
용기를 가진 자가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였다.
이야기를
마치기도 전에
정작
자신이 울먹인다.
여러 번
다른 사람에게도 전했을 터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