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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Mar 22. 2024

시인 백영호의 시 '텃밭을 일구며'를 청람 평하다

시인 백영호와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텃밭을 일구며





                                                           시인  백영호







바알갛게

홍가시나무 새순들이

촛불잔치를 한다

영산홍도 뒤질세라

붉은 숨 토해내고

백철쭉은 아예

하얀 파도 결로 출렁인다


겨우내 묵혔던 텃밭을

갈아엎고 있는 나

삽질 다섯 번째

땅강아지 한 마리

화들짝 놀라며

제 몸 숨기기 바쁘다


지난가을 씨알 굵은

알토란이 우루루루 쏟아졌을 땐

조물주 된 양 기뻤고

보랏빛 약도라지가

꽃물결 이루었을 땐

무릉도라지원 따로 없었지


햇살비 따땄하니

텃밭 갈기도 얼추 마무리

이마엔 기분 좋은 땀방울

송골송골,

아이야, 잔 부어라

쒼한 막걸리 한잔으로.












문학평론가 김왕식



백영호 시인의

"텃밭을 일구며"는 자연과 인간의 교감, 생명의 순환, 그리고 소박한 일상의 가치를 찬미하는 작품이다.

이 시에서는 텃밭을 가꾸는 행위를 통해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의 기적을 세심하게 포착하며,

그 과정에서 느끼는 작가의 내면적 감정과 사색을 통해 깊은 서정성을 전달한다.


시의 시작부터 독자는

홍가시나무 새순들의 "바알갛게"와 "촛불잔치"를 통해 마치 축제와 같은 자연의 풍경 속으로 초대받는다.

"영산홍"과 "백철쭉"이 붉은 숨을 토해내고

하얀 파도처럼 출렁이는 모습은 자연이 가진 생명력과 화려함을 강조한다.

이러한 묘사는 계절의 변화와 함께 피어나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시인의 섬세한

감성을 드러낸다.


시의 중간 부분에서는

"겨우내 묵혔던 텃밭을 갈아엎고 있는 나"라는 구절을 통해 시인 자신이 자연과 직접적으로 교감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텃밭을 가꾸는 과정에서 마주치는

"땅강아지"의 모습은

자연과 인간의 삶이 어우러져 있는 평화로운 장면을 연출하며,

생명의 소중함과 자연에 대한 존중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지난가을 씨알 굵은 알토란이

우루루루 쏟아졌을 땐"과 같은 구절에서는

농사의 결실을 통해 느끼는 기쁨과 만족감을 표현한다.

자연이 주는 선물에 대한 감사함과 함께,

그것을 통해 얻은 성취감이 시인에게 조물주와 같은 기쁨을 안겨준다는 점을 강조한다.


또한, "보랏빛 약도라지가 꽃물결 이루었을 땐 무릉도원 따로 없었지"라는 표현은

자연이 제공하는 아름다움과 풍요로움이

인간에게 얼마나 큰 기쁨과 평화를 주는지를 드러낸다.


마지막 부분에

"햇살비 따땄하니 텃밭 갈기도 얼추 마무리"와 같은 구절은

텃밭 가꾸기의 고된 작업이 끝나가며 느끼는 안도감과 함께,

 "기분 좋은 땀방울"과 "쒼한 막걸리 한잔"을 통해 소박하면서도 행복한 일상의 순간을 강조한다.

이는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얻은 평범한 삶의 진정한 가치와 기쁨을 상기시킨다.


요컨대,

 "텃밭을 일구며"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세심하게 포착하고,

그 속에서 인간의 존재와 노동의 의미를

탐색하는 작품이다.

시인은

텃밭을 일구는 구체적인 행위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움과 기쁨, 그리고 삶의 근원적 가치를 탐구한다.


이 과정에서 시인은

일상의 단순한 순간들 속에서도 깊은 감동과 의미를 찾아내며,

자연의 순환 속에서 인간의 삶이

어떻게 의미를 갖게 되는지를 섬세하고도 서정적으로 펼쳐낸다.


시인은

자연의 변화와 생명의 순환을 통해

인간 존재의 일부분이자,

자연과 깊은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이러한 관점은

자연을 단순한 배경이나 소재로 바라보지 않고, 인간 삶의 근본적인 요소로서 깊이 있게

조명하고 있다.


특히, 텃밭을 가꾸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작은 생명체들과의 교감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과 상호 의존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이 작품은 일하는 삶의 아름다움을

찬미한다.

텃밭 가꾸기는 물리적인 노동을 통해

직접적인 성과를 이루어내는 활동이지만,

시인에게 있어

그것은 더 깊은 내적 만족과 평화로 이어진다. 이를 통해,

시인은 노동이 단순히 생계를 위한 수단을

넘어,

삶의 질을 높이고 인간 정신을 충족시키는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한다.


"텃밭을 일구며"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가치를 탐색하는 작품이며,

자연과의 교감, 노동의 기쁨,

그리고 일상의 소중함을 서정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전달한다.


시인 백영호는

이 작품을 통해 우리 모두가

잠시

멈추고 주변의 자연을 더 깊이 관찰하며,

그 속에서 삶의 참된 의미와

행복을 찾아내길 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같다.


이는 독자에게

일상 속에서 자연과 더욱 친밀하게 교감하고, 소박하면서도 의미 있는 삶의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게 한다.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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