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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pr 08. 2024

그때 그 경기고 학생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경기고 주광일 학생









                                 오후




                                                            주광일




꽃을 블 때마다

마냥 부풀어 오르는

낡은 감정의 한 구석에서

불안한 오후가 졸립다


역행하는 초침 위를

자그마한 하늘이 돈다


가만히 눈을 뜨면


주먹만 한 핏덩어리

잊힌 태양에도

눈이 부시니


나도

그만


눈을 감아버린다.












이 시는

주광일 시인이

경기고 2학년 때인

1959년에 쓴 작품이다.


이 시에서 주광일 시인은

자신의 내면적 갈등과 외부 세계의 혼란을 표현하며,

평범해 보이는 일상 속

깊은 의미를 탐구한다.


1950년대 전후의 한국은

전쟁의 폐허와 가난 속에서 삶을

이어가는 시기였으며,

이 시는

그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한 고등학생이 겪는 심리적 압박과

감정의 동요를 세밀하게 그려낸다.


첫 번째 연에서

 "꽃을 볼 때마다 마냥 부풀어 오르는

낡은 감정의 한 구석에서 불안한 오후가 졸립다"라는 구절을 통해,

시인은 자신의 내면에 잠재된 감정이

꽃을 보며 환기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꽃이 주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순수함이 전쟁과 가난이라는

현실 속에서도

여전히

감동을 줄 수 있음을 암시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러한 아름다움이 일상의 불안정과

대조되어 시인의 내면에 혼란을

더한다.


두 번째 연에서는

 "역행하는 초침 위를 자그마한 하늘이 돈다"는

시적 이미지를 통해,

시간이 거꾸로 가는 듯한 불안정과

혼돈의 상황 속에서도 하늘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돌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는

시인이 느끼는 시간의 상대성과

그 속에서의 작은 위안을

상징한다.


세 번째 연에서 시인은

"주먹만 한 핏덩어리 잊힌 태양에도

눈이 부시니 나도 그만 눈을 감아버린다"라고 말하며,

외부 세계의 강렬함과

내면세계의 고통이 뒤섞여 있음을

드러낸다.

핏덩어리와 같은 태양이 눈부신 것은

감정적인 고통과 혼란을 반영하며,

이에 대한 반응으로

시인은 스스로 눈을 감고

현실로부터 도피하려는 듯 보인다.


요컨대,

이 시는 한국 전쟁 직후의 세대가

경험한 내적, 외적 혼란을 대변하며,

당시

청소년이 느낄 수 있는 내적 갈등과

외부 세계와의 부조화를

깊이 있게 표현하고 있다.


시인 주광일은

꽃이라는 자연의 아름다운 존재를

통해

폐허가 된 현실 속에서도

미학적 감상을 추구하려는

시도와 함께,

그러한 감상이 주는 복잡한 감정의 동요를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러한 시적 이미지와 표현은

시대를 초월하여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주며,

시인의 내면세계와 외부 현실 사이의 긴장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있다.







그때

경기고 주광일 학생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을까?


자못 궁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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