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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pr 12. 2024

네 글씨는 왜 그리 괴발개발이냐!

글씨는 곧 사람이다






書卽其人


"네 글씨는 왜 그리 괴발개발이냐!"

글씨가 형편없을 때

종종

듣는 이야기이다.


허나

이것도 옛말이 되었다.


이젠

손글씨 쓰는 일이 거의 없다.


어쩌다

자기 이름 석 자 정도

쓰는 일 외엔!












"글씨는 곧 그 사람이다書卽其人."

오랜 시간 동안 이 말은 사람의 성품과 정신을

글씨 하나하나에 담아내는 우리의 능력을 상징해 왔다.

선조들은 붓글씨를 통해 자신의 기질과 정신을 표현했으며, 그렇기에 글씨는

한 개인의 정체성과도 같았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들은 이런 전통을 이어받아 자녀들에게 깔끔하고 정제된 필체를 갖추도록 가르쳤다.

또한,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시나 수필로 풀어내며, 내면의 목소리를 세상에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었다.


시대는 변했다.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손글씨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제 우리는 손가락 끝으로 키보드를 두드리고, 휴대폰 화면을 터치하면서 글을 쓴다.

이 과정에서 필체에 담겼던 개인의 성향이나 섬세함은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컴퓨터와 휴대폰은 모든 이의 글씨를 동일하게 만들어,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써 글씨의 역할을 약화시켰다.


더 나아가, 자신을 반영하는 작품을 쓰는 사람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과거에는 일기나 편지를 통해 소소한 일상의 순간들을 기록하고, 그 속에서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제는 소셜 미디어의 짧은 글귀로 순간의 감정을 표현하고, 그것이 빠르게 사라지는 것에 익숙해져 버렸다.

긴 글을 쓰는 일은 귀찮고 부담스러운 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한 사람의 성향이나 정체성을 판단할 수 있을까?

글씨가 아니라면, 어떤 방법으로 사람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을까? 아마도 그 답은 각자가 디지털 세계에서 어떻게 자신을 표현하고 있는지,

어떤 내용을 공유하고, 어떤 이슈에 반응하는지를 통해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이 방법은 기존의 필체를 통한 판단만큼 직접적이거나 명확하지 않을 수 있다.

디지털 시대에는 디지털 트레일이 새로운 글씨가 될 수 있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우리는 여전히

'그 사람다움'을 탐색해야 한다.

이제 그 방법이 손글씨에서 디지털 표현으로 옮겨가고 있을 뿐이다.

아직까지는 이전환이 완전히 자리 잡지 않았고, 디지털 표현의 깊이와 진정성을 측정하는 명확한 기준도 아직은 부족하다.

변화의 흐름을 인정하고, 새로운 방법을 찾아나가는 과정 자체가 중요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아직도 글쓰기의 가치를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글쓰기는 단순히 문자를 나열하는 행위를 넘어서, 생각을 정리하고 깊이 있는 반성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이다.

디지털 시대에도 이러한 글쓰기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그 수단이 바뀌었을 뿐이다.

우리가 키보드를 사용해 글을 쓰든, 음성 인식 기술로 말을 전환시키든, 중요한 것은 그 글이 개인의 생각과 감정, 경험을 얼마나 잘 반영하고 있는가이다.


그렇다면, 이 디지털 표현들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우리는 그것을 통해 누군가의 성향이나 성격을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의 맥락을 이해하고, 온라인에서의 행동양식과 상호작용의 패턴을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어떤 이는 온라인에서 활발하게 의견을 표현하고, 다른 이들과 교류를 통해 자신의 지식과 가치관을 나눈다.

또 다른 이는 보다 조용하고 사색적인 편이며, 그들의 글에서는 성찰과 깊이 있는 사고가 엿보인다.


이처럼 디지털 시대의 자기표현은 다양하고 복잡하며, 때로는 예측하기 어렵다.

이 모든 것이 오늘날 '글씨는 곧 그 사람이다'라는 말의 새로운 해석을 제공한다.

디지털 표현의 형태가 어떻든 간에, 그 속에서 개인의 진정성과 개성을 발견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자기표현의 승리가 아닐까?


결국, 글씨를 통해 한 개인을 이해하려는 우리의 노력은 시대가 변함에 따라 새로운 형태로 진화해야 한다.

우리는 디지털 표현을 통해 그 사람의 생각, 감정, 가치를 읽어내고, 그들이 누구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손글씨가 희미해진 시대에도, 글쓰기의 본질은 여전히 우리 각자를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남아있으며, 그 어떤 형태로든 그 가치를 잃지 않는다.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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