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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pr 17. 2024

주광일과 오세영, 두 시인의 다른 햄버거

주광일 시인과 오세영 시인의 햄버거











            동일한 소재, 다른 시각







                  햄버거




                                   시인 주광일




나는 햄버거를 좋아한다

그러나 자주 햄버거를 사 먹지는 못한다 반세기가 넘도록 나와 함께 살아온 조강지처가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먹도록 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너무 자주 먹으면

건강에 이롭지 않다는 이유다

그래서 혼밥을 먹게 되어

햄버거를 아내 몰래 사 먹을 때는 짜릿한 스릴도 느낀다


어떤 시인은 햄버거가 '아메리카의 사료'라고 읊은 적이 있지만

나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수저나 포크가 없어도

손만으로 먹을 수 있는 단순성

햄버거의 고소한 맛

보장된 영양가

저렴한 가격

햄버거의 그런 모든 점이 나는 좋다


그래서 햄버거라는 훌륭한 음식을 먹을 때

나는

작지만 확실하게 행복을 느끼고

훌륭한 한 끼를 먹도록 해주신

하느님께 감사한다.








             햄버거를 먹으며



                                         시인 오세영




사료와 음식의 차이는 무엇일까.

먹이는 것과 먹는 것 혹은 만들어져 있는 것과 자신이 만드는 것.

사람은 제 입맛에 맞춰 음식을 만들어 먹지만

가축은 싫든 좋든 이미 배합된 재료의 음식만을 먹어야 한다.


김치와 두부와 멸치와 장조림과.....

 한 상 가득 차려놓고

이것저것 골라 자신이 만들어 먹는 음식.

그러나 나는 지금

햄과 치즈와 토막 난 토마토와 빵과 방부제가 일률적으로 배합된

아메리카의 사료를 먹고 있다.


재료를 넣고 뺄 수도,

젓가락을 댈 수도,

마음대로 선택할 수도 없이

맨손으로 한 입 덥석 물어야 하는 저 음식의 독재.

자본의 길들이기.

자유는 아득한 기억의 입맛으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두 시

주광일의 "햄버거"와 오세영의 "햄버거를 먹으며"는 같은 소재인 햄버거를 중심으로 다른 메시지와 감정을 표현하며, 각각 일상의 즐거움과 사회 비판적 시각을 대비적으로 드러낸다.

이 두 시는 햄버거라는 음식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경험과 가치관을 탐구하며, 사회적 맥락 속 개인의 자리를 재고한다.


주광일 시인의 "햄버거"는 햄버거라는 소박한 음식에서 발견하는 개인적인 즐거움과 작은 반항을 통해 일상 속 행복을 찬미한다.

이 시에서 햄버거는 단순한 음식을 넘어서, 개인의 자유와 쾌락, 그리고 일탈을 상징한다.

주광일 시인은 아내의 건강 지침을 어기고 햄버거를 몰래 먹는 행위에서 '짜릿한 스릴'을 느끼며, 이는 일상의 제약에서 벗어나려는 인간 본능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시인은 햄버거를 먹으며 하느님께 감사를 표하며, 이는 소박하면서도 확실한 행복을 찾는 인간의 능력을 강조한다.


반면,

오세영 시인의 "햄버거를 먹으며"는 햄버거를 통해 현대 사회의 소비문화와 자본주의의 비인간적 특성을 비판한다.

오세영 시인은 햄버거를 '아메리카의 사료'로 비유하며, 이는 강제된 소비와 선택의 부재를 드러낸다.

시에서 햄버거는 제한된 선택과 자유의 상실을 상징하며, '음식의 독재'와 '자본의 길들이기'라는 표현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의 개인의 소외와 억압을 강조한다.

이러한 시각은 현대 사회의 기계적 소비 패턴이 인간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어떻게 침식하는지를 통찰한다.


이 두 시는 햄버거라는 공통된 소재를 사용하면서도 서로 다른 관점과 주제를 탐구한다.

주광일 시인의 시는 개인의 일상적인 즐거움과 소소한 반항을 통해 일상의 소중함을 노래하는 반면,

오세영 시인의 작품은 햄버거를 매개로 현대 사회의 소비문화와 그로 인한 인간 본연의 가치의 상실을 비판한다. 이러한 대비는 같은 소재를 통해 다양한 인간 경험과 사회적 문제를 섬세하게 조명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두 시의 비교를 통해

우리는 현대 사회에서의 개인적 행복 추구와 사회적 제약 사이의 긴장을 이해할 수 있다. 주광일 시인의 긍정적이고 개인적인 접근은 일상의 작은 순간에서 큰 기쁨을 발견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반면,

오세영 시인의 비판적 시선은 자본주의 소비문화가 개인의 자유와 선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성찰하게 만든다.


이 두 관점은 현대 사회에서 개인이 경험할 수 있는 내적 만족과 외적 제약 사이의 균형을 탐구하는 데 있어 서로 보완적인 역할을 한다.


주광일 시인의 접근은 햄버거라는 일상적인 소재에서 감사와 즐거움을 찾아내는 것이 어떻게 일상을 유의미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의 시는 개인적 경험과 감정의 진정성을 중시하며,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는 것의 가치를 강조한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간과하기 쉬운 개인의 소소한 만족과 즐거움을 재발견하는 데 중요한 메시지를 제공한다.


반면,

오세영 시인은 햄버거를 통해 현대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내며, 개인의 선택과 자유가 어떻게 사회적, 경제적 힘에 의해 제한되는지를 비판한다.

그의 시는 강제된 소비 패턴과 획일화된 문화가 인간의 정체성과 창의력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강조하며, 이러한 상황에서의 자유와 독립성의 중요성을 탐구한다.


두 시의 이러한 대비는 햄버거라는 일상적인 소재를 통해 광범위한 사회적, 철학적 질문을 제기한다.

주광일의 작품은 개인의 일상적 경험을 통해 깊은 내면의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반면,

오세영의 작품은 그러한 일상의 경험이 어떻게 외부의 힘에 의해 형성되고 제약받는지를 비판한다.


이 두 시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햄버거라는 음식이 갖는 상징성을 활용하여, 현대 사회에서의 개인과 사회 사이의 긴장과 상호작용을 탐색한다.


결국, 이러한 비교를 통해 독자들은 현대 사회의 복잡한 구조 속에서 개인이 어떻게 자신의 자리를 찾고, 소소한 일상 속에서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얻을 수 있다. 주광일과 오세영의 시는 모두 햄버거라는 평범한 음식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사회적 현실 사이의 다양한 감정과 통찰을 포착하며,

이를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선택들이 얼마나 자유롭고 의미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렇게, 주광일과 오세영의 시는 햄버거라는 평범하면서도 친숙한 음식을 통해 현대 사회의 인간 상황을 통찰하는 창이 되어준다.

주광일의 작품은 개인의 작은 일탈과 그로 인한 즐거움을,

오세영의 작품은 소비문화의 획일성과 자본주의의 억압적 측면을 각각 탐색하면서, 두 시인은 같은 소재로 서로 다른 스펙트럼의 인간 경험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이 두 시를 통해 우리는 햄버거라는 단순한 음식이 어떻게 광범위한 사회적, 문화적 의미를 내포할 수 있는지를 볼 수 있다.

주광일의 시는 일상 속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오세영의 시는 그러한 즐거움이 현대 사회의 구조 안에서 어떻게 제약받고 있는지를 비판한다.

이렇게 두 시는 일상의 소박함과 사회적 제약이 공존하는 현대 사회의 복잡한 현실을 포착하며, 개인이 그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자리를 찾아갈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최종적으로, 이러한 문학적 탐구는 독자들에게 더 넓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 각자의 일상에서 당연하게 여기는 선택들이 실제로 얼마나 자유로운지,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그 선택들 속에서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고, 의미 있는 삶을 구축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주광일과 오세영의 시는 햄버거라는 음식을 통해 우리가 직면하는 사회적, 개인적 도전을 성찰하게 하며, 현대 사회에서의 자유와 제약, 즐거움과 억압 사이에서 우리 각자가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데 귀중한 통찰을 제공한다.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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