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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pr 17. 2024

햄버거를 먹으며

시인 오세영









                            햄버거를 먹으며



                                  시인 오세영






사료와 음식의 차이는

무엇일까.

먹이는 것과 먹는 것 혹은

만들어져 있는 것과 자신이 만드는 것.


사람은

제 입맛에 맞춰 음식을 만들어 먹지만

가축은

싫든 좋든 이미 배합된 재료의 음식만을

먹어야 한다.


김치와 두부와 멸치와 장조림과….

한 상 가득 차려놓고

이것저것 골라 자신이 만들어 먹는 음식.


그러나 나는 지금

햄과 치즈와 토막 난 토마토와 빵과 방부제가 일률적으로 배합된

아메리카의 사료를 먹고 있다.


재료를 넣고 뺄 수도,

젓가락을 댈 수도,

마음대로 선택할 수도 없이

맨손으로 한 입 덥석 물어야 하는 저

음식의 독재.

자본의 길들이기.

자유는 아득한 기억의 입맛으로만

남아 있을 뿐이다.













오세영 시인의 시,

"햄버거를 먹으며"는 식문화를 통해 근대화와 글로벌화의 복합적 영향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시는 특히 미국의 대중 음식인 햄버거를 동물의 사료와 비교하며 인간의 자유와 선택의 상실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오세영 시인은 이 작품을 통해 현대 사회의 소비문화와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깊은 회의감을 드러내고 있다.


시는 "사료와 음식의 차이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여, 독자에게 일상적인 음식 선택의 배후에 있는 더 큰 의미를 성찰하게 한다. 시인은 '먹이는 것'과 '먹는 것',

즉 강제된 선택과 자율적 선택 사이의 구분을 중요한 주제로 설정한다. 이 구분은 인간과 동물, 자유와 억압의 대비를 통해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제 입맛에 맞춰 음식을 만들어 먹지만"이라는 표현은 인간이 가진 선택의 자유를,

반면 "가축은 싫든 좋든 이미 배합된 재료의 음식만을 먹어야 한다"는 구절은 선택의 부재를 강조한다.

이는 현대 인간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실제로는 얼마나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햄과 치즈와 토막 난 토마토와 빵과 방부제가 일률적으로 배합된 아메리카의 사료"라는 구절은 햄버거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일종의 '사료'로 전락했다는 시인의 생각을 표현한다.

이는 미국 식문화의 획일성과 대량 생산을 비판하며, 식품의 질과 개성의 상실을 암시한다.


"음식의 독재"와 "자본의 길들이기"라는 표현은 현대 사회에서 개인의 선택이 얼마나 제한되고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자본주의에 의해 어떻게 조장되고 있는지를 강조한다.

시인은 이를 통해 소비자가 실질적인 선택권을 가진 주체로서가 아니라, 제한된 옵션 중 선택을 강요당하는 존재로 묘사한다.


마지막으로, "자유는 아득한 기억의 입맛으로만 남아 있을 뿐"이라는 구절은 과거의 자유로운 선택이 현재는 먼 기억이 되었음을 슬프게 토로한다.

이는 현대 사회의 소비자들이 직면한 자유의 상실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며,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선택들이 실제로 얼마나 자유로운지에 대해 깊이 사유하게 만든다.


오세영 시인은 햄버거라는 음식을 통해 단순히 미국의 식문화를 비판하는 것을 넘어서,

전 세계적으로 퍼져 있는 자본주의적 소비문화와 그로 인한 인간 본연의 가치와 자유의 상실을 지적한다.

이 시를 통해 시인은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어떻게 기계적이고 반복적인 소비 패턴에 길들여지는지를 성찰하게 만들며, 이러한 패턴이 개인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어떻게 침식하는지를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또한, 이 시는 글로벌화와 근대화가 개인의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재고하게 한다. 전통적인 한국 음식과 비교될 때 미국 음식의 획일화된 특성은 개인의 건강, 문화적 정체성, 그리고 심리적 안정감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묘사된다.

시인은 이를 통해 식품 선택의 자유를 넘어서서,

더 넓은 문화적 및 사회적 자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요컨대

 "햄버거를 먹으며"는 단순히 햄버거라는 음식에 관한 시가 아니라, 현대 사회의 소비문화, 자유의 상실, 그리고 개인의 정체성이 어떻게 자본의 논리에 의해 형성되고 있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하는 작품이다.

오세영 시인의 이 작품은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선택들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선택들이 진정 자유로운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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