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일찍이 쓴맛을 봤기에 웬만한 쓴맛은!
바늘침과 익모초즙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Jul 21. 2023
어릴 적
체하면
그저
배움켜 잡고
뒹굴며
운다.
ㅡ
체하면 배 움켜잡고,
그저
울기만 했던 어린 시절.
내가 아픔을 호소하면
할머니는 바늘을 머리에 문지른다.
머릿기름을 바를 요량이다.
그런 후에
열손가락 끝을 따
피를 낸다.
검붉은 피가 솟구친다.
" 봐라,
시커먼 피를!
꽉 막혔다.
이제 팍 뚫렸으니
되얐다!"
등짝을 쓱쓱 문지르는 것으로 마무리하신다.
그 모습
마치
허준도 울릴 그 기세다.
항상
차분하면서도
따뜻했던 할머니의 눈빛은
살결보다 더욱 부드러운 고요함으로
내 복통을 다스렸다.
바늘에 묻힌 머릿기름이
약효였을까?
그러나,
엄마의 걱정은 달랐다.
할머니의 치료법인
바늘에 대한 의심을 감추지 못했다.
시어머니의
머릿기름 바늘에
신경이 쓰인 모양이다.
아마도
비위생적이라 생각했으리라.
이렇다 할 말 한마디 못한 채,
시어머니
몰래
쓴맛이 입 안을 가득 채우는 익모초를 갈아 먹였다.
일찍이 쓴맛을 봤다.
쓴맛은 그것을 치유하는 비밀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어릴 적
아픔이 그토록 불편하고 괴로웠음에도,
나는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어린이가 아프면 누군가가 돌봐주고,
누군가가 약을 준다는 것이
얼마나 따뜻한 행위인지를 알게 되었다.
그 사랑은 할머니의 바늘에서,
엄마의 익모초에서 흘러나왔다.
그것은 거칠지 않은 사랑,
따스한 사랑,
무엇보다도 진실한 사랑이었다.
ㅡ
어릴 적
일찍이
쓴 맛을 본
나이기에
웬만한
쓴맛은
단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