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pr 30. 2024

왜성호두 심다

시인 백영호








             왜성호두 심다


                                           시인  백영호




왜성호두 묘목을 심으며
이 나무 열매 주렁 열리리라
믿음은 내 바람이지
호두의 마음 아니다

그가 나 이해하리라는 건
내 마음이지
그의 마음 아니다

호두묘목 심으며 믿는다
하늘은 햇살로 빛날 것이고
흙은 호두를 키울 것이며
나무는 폭풍 생장하리라 예감을
이건 순수 나의 희망사항

때때로
나도 호두의 마음이
내 마음인 양,
착각에
빠질 때도 있었다.










백영호 시인의 시 "왜성호두 심다"는

자연과 인간 사이의 관계,

그리고 우리의 바람과 자연의 무관심 사이의 간극을 탐구한다.

이 시는 한 인간이 호두나무 묘목을 심는 행위를 통해

인간의 희망과 자연의 자율성을 대비시키며,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내적 갈등과 깨달음을 섬세하게 펼쳐 보인다.

첫 구절에서 시인은

"이 나무 열매 주렁 열리리라 믿음은 내 바람이지 호두의 마음 아니다"라고 말하며, 인간의 희망이 자연의 의지와는 별개로 존재함을 명확히 한다.

이는 인간이 자연에게 자신의 욕구와 바람을 투사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자연의 본성을 변화시키지는 못한다는 깨달음을 드러낸다.

시의 중반부에서

"그가 나 이해하리라는 건 내 마음이지 그의 마음 아니다"라는 구절은

더욱 깊은 철학적 사색으로 나아간다.

여기서 '그'는 호두나무를 의인화하여,

마치 인간관계 속에서의 오해와 같은 방식으로 자연과 인간 사이의 오해를 상징한다.

인간은 종종 자연이나 다른 존재들이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공유한다고 착각할 수 있는데, 이는 인간 중심적 사고의 한 예로 볼 수 있다.

또한, 시인은 "나무는 폭풍생장하리라 예감을 이건 순수 나의 희망사항"으로

자신의 내면적 바람과 외부 세계의 실제 상황 사이의 차이를 인정한다.

이는 자연의 성장과 번영이라는 결과는 결국 자연 스스로의 힘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을 수용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나도 호두의 마음이 내 마음인 양, 착각에 빠질 때도 있었다"라는 고백은 인간이 자주 범하는 오류를 솔직하게 인정한다.

이는 우리 모두가 때때로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이 다른 존재들, 심지어는 자연에도 해당된다고 착각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백영호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본질적인 차이를 인식하고,

이를 통해 우리의 한계와 자연의 법칙 사이에서 겸손을 배울 것을 촉구한다.

이러한 깊이 있는 사색을 통해

시인은 독자에게 자연을 더욱 존중하고

그 본성을 이해하려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자 한다.

이 시에서 시인은 자연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적 한계를 깨닫는 과정을 탐구한다.

자신의 희망과 기대가 자연의 무관심 속에서 어떻게 허망하게 느껴질 수 있는지를 시적으로 표현하면서,

인간의 오만함을 경계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시인은

자연의 과정을 간섭하려는 인간의 시도와

그 결과로써의 실망감 사이의 괴리를

조명한다.

이러한 괴리는

인간이 자연을 통제하려는 일방적 시도에서 비롯되며, 이는 종종 실패로 귀결된다.

이를 통해

시인은 인간이 자연을 이해하고자 할 때

겸손해야 함을 강조한다.

또한, 이 시는 인간의 내면적 갈등을 자연의 무심함과 대조적으로 그린다.

인간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자연에 투영하며 이해를 구하려 하지만,

자연은 그저 무심하게 계절을 따르고 성장의 리듬을 이어간다.

이런 모습에서 시인은 인간이 자연과의 관계에서 겸허한 자세를 가져야 할 필요성을 역설적으로 표현한다.

시 전체를 통해

백영호 시인은 인간의 희망과 자연의 독립적 존재 사이에 존재하는 본질적인 긴장을 포착하고,

이를 통해 인간의 내적 성찰과 외적 현실 사이에서의 균형을 모색하라고 독려한다.

시인의 이러한 깊은 통찰은 독자에게 자연에 대한 존중과 함께 인간 삶의 실재를

더욱 깊이 성찰하게 만든다.


청람

작가의 이전글 세상 사람들이여, 내 말 좀 듣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