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May 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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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와 억새
시인 백영호
사월 잔인한 계절에
연두의 연한 팔 펼쳐
영토 확장에 힘써다가
칠팔월 태양볕에
푸른 하늘 향해
칼날 잎새 갈았다
소시절, 실제 이맘때
소먹이로 앞산에서
억새 칼잎에 손 베인 날이
하루 이틀이던가
기세등등 칼 잎새도
시월이 넘어가면
억새꽃 하늘을 장악하고
갈대는 쓰러질지언정
꺾이지 않는 팔
승무 군무 연출이다
그리고 맞이하는 십이월
북풍한설 몰아치는 날
바람에 온몸 내어주고
탈탈 털어
태초의 벗은 알몸으로 섰다
다만,
잔인한 사월을 꿈꾸면서...
ㅡ
백영호의 시
"갈대와 억새"는
사계절을 통해 자연의 변화를 따라가며 인간 삶의 의미와 고난을
성찰하는 작품이다.
각 행마다 깊은 의미와 상징성이 담겨 있으며,
이를 통해
독자에게 감정적, 사상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시의 시작은
"사월 잔인한 계절에"로,
봄을 의인화하여 시작된다.
영국 시인 TS 엘리엇의 시 '황무지'를 연상케 한다.
여기서 "잔인한"이라는 형용사는
봄의 변화무쌍함과
그 속에서 펼쳐지는 자연의 치열한 생존 경쟁을 상징한다.
억새가
"연두의 연한 팔 펼쳐 영토 확장에 힘써"라고
표현된 부분에서는
생명의 시작과 성장의 과정을 묘사하며, 이는
새로운 시작과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여름을 대표하는
"칠팔월 태양볕에 푸른 하늘 향해
칼날 잎새 갈았다"는 구절에서는
억새의 잎이
태양과의 치열한 대결을 통해
더욱 강해지고,
생존을 위한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인간의 삶에서도
겪는 성장과 시련의 과정을
연상시키며
독자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가을은
"기세등등 칼 잎새도
시월이 넘어가면 억새꽃 하늘을 장악하고
갈대는 쓰러질지언정
꺾이지 않는 팔
승무 군무 연출이다"로
표현된다.
이 시기에
갈대와 억새는
각각의 방식으로 생명력을
발휘하며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는 인간 세계에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삶의 의미를 찾고 그것을
펼쳐 보이는 과정을 상징한다.
마지막으로 겨울의
"북풍한설 몰아치는 날 바람에 온몸 내어주고 탈탈 털어 태초의 벗은 알몸으로 섰다"에서는
자연이
모든 장식을 벗어던지고
본질적인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을 나타낸다.
이는
인간이 겪는 삶의 고난과
시련을 통해
결국 본연의 자아로 돌아가는 과정을 의미하며,
동시에
잔인한 사월을
다시 꿈꾸며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희망의 메시지도 전달한다.
전반적으로,
백영호는 자연의 사계절을 통해
인간의 삶과
그 속에서의 감정, 고뇌, 성장
그리고 궁극적인 순환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이 시를 통해
독자들은
자연과 인간 내면의 깊은 연관성을 느끼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작가는 갈대와 억새의 삶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아름다움과 힘겨움을
동시에 드러내며,
우리 모두가 겪는 삶의 순환과
성장의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작품 속에서 사용된 언어와
이미지는 매우 상징적이며 감각적이다. 특히
"칼날 잎새"나
"연한 팔" 같은 비유는
자연의 요소들이 갖는 강인함과 취약함을
동시에 포착하며,
이를 통해
삶의 다양한 면모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이러한 표현은
시적 이미지를 풍부하게 하며,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또한,
갈대와 억새의 생존 투쟁은
인간의 내면적 갈등과
외적 도전에 대한 메타포로 작용한다. 백영호 시인은
이러한 자연의 모습을 통해
인간 삶의 본질적인 고민들
—삶과 죽음, 성장과 몰락, 강인함과 취약함 사이의 균형—을
탐구한다.
이 시는 또한
계절의 순환을 통해
시간의 흐름과 그에 따른 변화를 성찰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각 계절이 지니는 독특한 특성과
그 시기에 맞는 자연의 변화는
인간 존재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시사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자신의 삶 속에서
겪는 변화와 성장의 순간들을
자연의 리듬과 연결 지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인간이 자연의 일부로서
겪는 경험과 감정을 진솔하게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개인적인 의미와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 시는 그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더 강해지고,
어떻게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준비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요컨대, "갈대와 억새"는
백영호 시인의 작품 중에서도
특히
자연과 인간의 내밀한 관계를
섬세하고 감각적인 언어로 탐구하는 뛰어난 작품이다.
이 시는
자연의 변화무쌍함을 통해
삶의 근본적인 질문들에 대답하려는 시인의 깊은 성찰을 반영하며,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제공한다.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