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May 1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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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어머님
시인 백영호
달은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한다
태양의 빛을 받아
빛나는 반사체다
어머님도 그랬다
평생을 당신 목소리
제대로 낸 적 없이
아버지 목소리에
시어미 눈치에 치여
쥐 죽은 듯 살다 가셨다
산사의 종은
제 몸 쳐 주위를 깨우고
자유의 여신상은
횃불로 제 몸 사르며
자유를 외쳤다는데
'나도 반사체가 아닌
발광체가 되고 싶다'
속울음 삼켰을 어머니
부디, 눈치도 고함도 없는
그 나라에선
샛별로 발광체로 빛나소서.
ㅡ
백영호 시인의 시 "달 어머님"은 은유와 상징을 통해 어머니의 삶과 그 내면의 욕망을 섬세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이 시는 두 가지 중심 이미지, '달'과 '어머님', 을 사용하여 비추는 대상으로서의 존재감을 다룬다.
시의 첫 부분에서 달이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고 태양의 빛을 반사하는 것으로 묘사되며, 이는 어머니의 삶이 어떻게 외부의 영향, 특히 가족 내의 다른 구성원들에 의해 형성되고 제한되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평생을 당신 목소리 제대로 낸 적 없이 아버지 목소리에 시어미 눈치에 치여 쥐 죽은 듯 살다 가셨다"는 구절은 어머니가 자신의 목소리를 낼 기회 없이 타인의 기대와 요구에 순응하며 살았다는 점을 암시한다. 이러한 묘사는 많은 독자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시인은 산사의 종과 자유의 여신상을 예로 들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존재들의 모습을 제시한다. 이러한 비교를 통해 시인은 어머니가 겪은 제약을 더욱 강조하며, 독자에게 그녀의 내면적 고통과 갈망을 느끼게 한다.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시인은 어머니가 샛별로서, 즉 발광체로서 빛날 수 있는 다른 세상을 꿈꾸는 모습을 통해 독자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다. "부디, 눈치도 고함도 없는 그 나라에서 샛별로 발광체로 빛나소서"라는 말은 어머니가 이제는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빛날 수 있는 공간을 갈망했음을 보여 준다.
작가는 이 시를 통해 어머니뿐만 아니라, 모든 이들이 진정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를 갖기를 바라는 간절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다만, 어머니의 삶을 좀 더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면, 독자들이 그 감정이입을 더 깊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시는 일상에서 우리가 쉽게 간과할 수 있는 가족 내의 역할과 기대, 그리고 개인의 욕구 사이의 갈등을 섬세하고도 강렬하게 그려내며, 이러한 내용을 통해 독자에게 자신과 주변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이는 문학이 가질 수 있는 사회적, 심리적 영향력을 잘 보여 주는 예이다.
시인 백영호는 시를 통해 어머니의 삶을 조명하면서 여성의 삶이 가정 내에서 어떻게 이해되고 해석될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사색을 제공한다. 이러한 시적 표현은 독자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동시에 문학적 아름다움도 잘 살리고 있다.
시 전체에 걸쳐 사용된 언어는 간결하면서도 강렬하다. 특히, '발광체가 되고 싶다'는 표현은 어머니의 내면에 숨겨진 갈망과 욕구를 극적으로 드러내며, 그녀의 정체성과 자아실현에 대한 열망을 강조한다. 이는 시가 단순히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에 국한되지 않고, 개인의 깊은 내면적 갈등과 자유에 대한 욕구를 탐색한다는 점에서 문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또한, 이 시는 구조적으로도 흥미롭다. 서로 다른 이미지와 상황을 교차시키면서 대조와 비교를 통해 테마를 더욱 부각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런 구조는 독자가 시의 각 구절에서 더 많은 의미와 감정을 추출하도록 유도하며, 각 구절이 다음 구절로 넘어갈 때의 긴장감을 증폭시킨다.
작가의 의도가 명확하게 전달되면서도, 각 독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는 점도 이 시의 미덕 중 하나이다. 시인은 어머니의 삶을 통해 전통적인 성 역할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개인의 자유와 표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사회적 관념에 도전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비록 시인이 어머니의 삶을 통해 그녀의 고유한 목소리를 찾는 과정을 더욱 구체적으로 다루었다면 독자가 감정 이입을 통해 더 깊은 공감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인의 간결한 언어와 강력한 이미지 사용은 이미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이 시는 우리 사회의 가족 구조와 개인의 자아실현이라는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문학의 힘을 보여 준다.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