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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다리 부러진 차례상

시인 백영호, 청람 김왕식









상다리 부러진 차례상


시인 백영호




상 위에 너무 많이 올라
부러진 인재 사고는 아닌 듯,

왼쪽 다리 부러진 차례상이
간밤의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담벽에 비스듬히 누워있다

부부싸움 통에 새우등 터징겨
수명이 다 된 골다공증 재발잉겨
상판의 색깔은 아직도 생생한데...

지난 한가위 저 상위에 가득했을
원색의 음식들 과일 술과 떡
그리고 분주히 오갔을 기원송
차례 후 핑크빛 웃음과 덕담들

온몸으로 받들고 차려냈건만
이제는 토사구팽 당하여
쓰레기 수거용 차 대기 신세로 눈물짓다.










이 시는 백영호 시인이

차례상을 의인화하여 그 소외와 버림받은

운명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시의 첫 부분에서는

차례상이 무거운 짐을 견디다가 결국 부러진 모습을 통해 인생의 무게와 시련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상 위에 너무 많이 올라

부러진 인재 사고는 아닌 듯, "

이 구절에서

시인은 차례상의 부러짐을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무거운 책임과 부담에 의한 필연적 결과로 묘사하며 독자에게 사회적,

가정 내에서의 무거운 부담감을

떠올리게 한다.

중간 부분에서는

차례상이 겪은 변화와 소외감을 보여주는데, 과거의 화려함과 비교해 현재의 초라한 상태를 대비시키며 강한 인상을 준다.

"원색의 음식들 과일 술과 떡"과 같은

풍성한 모습에서

"쓰레기 수거용 차 대기 신세로 눈물짓다"로의 전환은

인간관계에서도 일시적인 가치와

이용가치에 따른 관심의 변화를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시인은

차례상이 단순한 사용 도구를 넘어서 한 가족의 역사와 추억을 공유하는 매개체임을

상기시킨다.

그럼에도 결국 버림받는 운명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고 버려지는 이들에 대한 시선을 돌아보게 만든다.

표현상의 특징으로는

시인의 은유와 상징의 사용이

두드러진다.

차례상의 '부러짐'은

물리적 파손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그것이 담고 있는 의미의 깊이는

독자에게 다양한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또한,

시적 화자가 차례상에게 직접 말을 거는 듯한

서술 방식은 독자가 시와

더욱 깊이 공감하도록 유도한다.

전체적으로

이 시는 한국 사회의 전통적인 가치와 현대적 변화 사이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소외를 탁월하게 드러내며,

독자에게 일상의 당연함에 의문을 품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시적 메시지는 우리 모두가 사회적 관계 속에서 서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버림받지 않고 존중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심도 있는 성찰을 유도한다.


이 시를 통해

우리는 일상 속에서 잊히기 쉬운 가치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며,

재사용과 재활용이라는 환경적 측면뿐만 아니라 인간관계에서의 지속가능한 관심과 애정의 필요성을 일깨운다.

백영호 시인의 작품은

전통적인 요소와 현대적인 감성을 교묘히 결합하여, 구성 면에서도 독특한 리듬과 이미지를 창출해 낸다.

시인은 전통적인 차례상이라는 소재를 사용하여 현대 사회의 이면을 총체적으로 비판하며,

그 속에서 개인이 겪는 내적 갈등과 외적 압박을 형상화한다.

작가가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그것은 버려진 차례상을 통해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소외되고 잊힐 수 있다는 불편한 진실과,

그럼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책임을 다하는 삶의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이는 독자에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들며,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재조명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요컨대,
백영호 시인의 '상다리 부러진 차례상'은

단순한 물리적 파괴를 넘어서 사회적,

인간적 차원에서의 깊은 메시지를 전달하며,

한국 문학에서 그만의 독창적인 위치를 확고히 하는 작품이다.

이 시는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경험할 수 있는 인생의 고단함과 외로움을 아름답고도

슬프게 담아내며,

삶과 인간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한다.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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