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장 시인의 '부엉이방귀'를 평하다
청람 김왕식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May 2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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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방귀
시인 이오장
모란꽃 향기에 뒤덮인 오월
한강에 뜬 유람선에 울리는 풍악
국회의사당 창문 열릴 때마다
흥겨움 사라지고 시들어간다
북은 물 젖은 가죽 소리
나팔은 내동댕이 친 세숫대야 소리
찢기고 깨진 불협화음
악단장 귀에 독수리 앉은 헛손질
무슨 일로 깨어진 음악인가
양화대교 지나 한강대교를 넘으니
철교를 지나는 기차 소리에도
힘차게 리듬 맞춰 들리다가
되돌아 내려갈 때는 다시 찢긴 음색
밤섬 새들이 놀라 날아가다가
회의장 의사봉 소리에 놀랐는지
손가락창 싸움질에 움찔했는지
찔끔찔끔 똥물 갈겨대며 달아난다
새똥을 피해 일제히 창문 닫히고
아무 냄새 풍기지 않는 의사당
모란 향기에 덮여 잠잠해지고
그때서야 제대로 들리는 유람선 풍악
아하 그랬구나
지독한 악취에 음률이 갈라졌구나
비 그친 날에도 풍겨 나오던 그 냄새가
의원들 방귀냄새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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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람 김왕식
이오장 시인의 시 '부엉이방귀'는 한국 사회의 정치적 풍경을 풍자하는 날카로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시는 유람선의 풍악과 국회의사당의 상황을 대비하여, 사회의 이중성과 정치인들의 행태를 비판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특히, 모란꽃 향기와 국회의 악취를 대비시키는 방식은 정치적 부패와 사회적 아름다움 사이의 간극을 드러내며, 이를 통해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시는 시작부터 한강의 유람선과 국회의사당을 교차시키며,
두 장소에서의 소리와 분위기의 차이를 강조한다. 유람선에서는 자연스러운 리듬과 풍악이 울려 퍼지지만, 국회의사당에서는 불협화음과 불쾌한 냄새가 지배한다.
이러한 대조는 정치의 세계가 얼마나 일상에서 벗어나 있는지를 보여주며, 정치인들의 무능과 부패를 꼬집는다.
표현상의 특징으로는 음악과 냄새를 중심으로 한 감각적 언어의 사용이 두드러진다. '물 젖은 가죽 소리', '내동댕이 친 세숫대야 소리'와 같은 표현은 듣는 이로 직접적인 청각적 이미지를 그리게 하며, 이는 시의 몰입도를 높인다.
또한, '새똥을 피해 일제히 창문 닫히고'와 같은 구절은 정치인들이 현실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비유적으로 잘 드러내고 있다.
작가는 이러한 사회적 현실을 통해 독자에게 정치에 대한 경각심과 비판적 시각을 갖추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이 시는 현대 사회의 정치적 부조리를 비판하며, 깊은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앞으로도 시인이 사회적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바탕으로, 보다 다채로운 감정과 풍부한 이미지를 시에 담아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오장 시인의 작품은 그림과 같은 시어의 선택을 통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일상과는 다른 국회의사당의 이면을 철저히 드러낸다.
특히, '찔끔찔끔 똥물 갈겨대며 달아난다'는 표현은 정치인들의 부도덕한 행위를 강렬하게 비판하며, 그들의 행태가 어떻게 사회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는지를 강조한다.
이러한 시적 표현은 이오장 시인이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비판적 시선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 준다.
또한, 시는 풍자적 요소를 통해 사회적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보다는 현 상황을 통렬하게 비판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의원들 방귀냄새였구나'라는 마지막 구절은 직설적으로 정치인들의 부패를 지목하며, 그들의 행위가 어떻게 국민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드러낸다. 이는 정치인들에게 더 큰 책임감과 도덕성을 요구하는 시인의 바람을 반영하고 있다.
요컨대, '부엉이방귀'는 사회적 현실을 날카롭게 비판하는 이오장 시인의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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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장 시인은
한국문인협회, 국제 PEN한국본부 이사로 한국현대시인협회 부이사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부천문인회 명예회장으로 활동하며
제5회 전영택문학상, 제36회 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는
<왕릉>
<고라실의 안과 밖>
<천관녀의 달>
<99인의 자화상> 등
18권과
동시집
<서쪽에서 해 뜬 날>
<하얀 꽃바람>,
평론집
<언어의 광합성, 창의적 언어>가
있다.